[朴 대통령 실리외교] 中, 美동맹국 참석 부각 대북압박 미지수… 朴 대통령 방중 복잡한 속내

입력 2015-09-02 02:12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참석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를 바라보는 미·중·일의 속내가 미묘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국은 ‘박근혜 컨벤션 효과’를 노리며 전승절 흥행에 열을 올리고 있고, 일본은 “한국은 (미국이 아니라) 중국 편”이라는 주장에 또 무게를 실었다. 미국은 기대와 우려가 섞인 가운데 상황을 관망하는 양상이다.

우리 정부는 박 대통령의 이번 방중 목적을 북핵 등 북한 문제 해결로 내세우고 있다. 세계 2강(G2)인 미·중이 모두 반대하지 못할 공통 의제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도(傾倒)론’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한반도 평화의 최대 위협 요소인 북핵 문제를 전면에 내세워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기겠다는 포석이다. 중국 측으로부터 분명한 대북 압박 동참 메시지를 얻어낸다면 이번 방중은 가장 성공한 정상외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손님’을 맞는 중국의 시선은 우리와 온도차가 꽤 커 보인다. 한국이 미국 동맹국 중 정상 자격으로 참석하는 유일한 국가라는 점을 더욱 부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언론들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을 두고 “한·미, 한·중 관계를 모두 고려한 선택”이라면서도 “미국의 압박 속에서 참석 결정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이 이번 기회에 한·미·일 삼각 안보 공조가 이완됐다는 메시지를 만들어내려 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이번에 확고한 대북 압박 의지를 보여줄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어려운 결단을 내린 만큼 중국 측이 ‘성의’를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반면 수십년간 ‘혈맹’ 관계를 유지해온 북·중 관계의 특성상 중국이 이번 박 대통령 방중만으로 전향적 대북 정책을 택하기란 어렵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일본에서는 박 대통령의 전승절 열병식 참석 발표 직후부터 “한국은 결국 중국 편이 됐다”는 주장이 정부와 언론을 막론하고 쏟아지고 있다. 전승절의 무게가 ‘항일’로 기울어졌다는 점에서 불쾌감을 표출한 것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동시에 한·미·일 삼각 협력체제보다는 미·일동맹이 더 중요하다는 식으로 미국에 ‘어필’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동북아 3국의 각축전을 바라보는 미국의 속내는 복잡하다. 한때 미국 조야(朝野)에서는 박 대통령과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함께 전승절에 참석해 한·일 관계 회복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미국 국익에 부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 동맹국인 한·일이 전승절에 참석하더라도 한·미·일 공조가 강화되는 계기만 될 수 있다면 나쁠 것이 없다는 스탠스였다.

이런 기대가 아베 총리의 불참 결정으로 무산되면서 미국은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과 관련해 진전된 성과가 나올지에 관심을 집중할 전망이다. 북핵에 대한 ‘한·미·중 협력체제’라는 새 틀이 마련된다면 미국 입장에서도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크다. 또 미·중 양강 사이에서 한국이 ‘중재자’ 역할을 담당하는 구도도 미국으로선 나쁠 게 없다.

우리 정부에나 미국에나 박 대통령이 이번 방중에서 뚜렷한 ‘북핵 성과’를 얻지 못한 채 국제사회에 ‘한·중 밀월’ 이미지만 던지고 돌아오는 경우가 최악의 상황이다. 그렇게 되면 미국은 10월 워싱턴 한·미 정상회담에서 한·미·일 삼각 공조 틀에서 한국이 더 적극적인 역할을 맡아 달라고 압박을 가할 가능성이 높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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