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KEB하나은행의 등장, 초점은 덩치보다 역량이다

입력 2015-09-02 00:48
국내 최대 규모의 메가뱅크가 탄생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통합으로 자산규모 1위가 된 KEB하나은행이 1일 공식 출범했다. KEB하나은행은 올 상반기 기준 자산규모가 299조원으로 우리(287조원) 국민(282조원) 신한(273조원)을 제치고 업계 1위로 올라섰다. 상반기 당기순이익도 하나·외환을 합치면 8100억원으로 기존 1위인 신한(7900억원)을 앞선다. 국내 지점(945곳), 직원(1만6368명) 수에서는 국민 우리 신한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하지만 KEB하나은행이 명실상부한 리딩뱅크로 도약하려면 숱한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 금융산업에 새 바람을 불어넣을 책무도 있다.

KEB하나은행이 리딩뱅크가 되려면 통합 시너지를 내야 한다. 그러려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가장 중요한 것이 이질적 문화를 지닌 하나·외환 조직의 화학적 결합이다.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을 치유하고 한 가족이 돼야 시너지가 극대화된다. 함영주 초대 은행장이 노조와의 상생을 위해 외환은행 전직 노조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두 은행 직원들의 임금 격차 해소, 전산 시스템 통합, 중복 지점 통폐합 등도 해결 과제다.

외형만 커졌다고 해서 리딩뱅크가 되는 건 아니다. 변화와 혁신을 통해 내실과 역량을 갖춰야 리딩뱅크는 물론 글로벌 은행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권에 자극을 줌으로써 후진적 금융산업이 탈바꿈되는 계기를 제공해야 한다. 영국 국제금융 전문지 ‘더 뱅커’가 우량자본 기준으로 선정한 세계 1000대 은행에서 한국의 은행은 한 곳도 50위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세계경제포럼(WEF)이 평가한 한국의 금융경쟁력도 아프리카 국가들과 비슷한 80위권에 불과하다. 이게 우리 금융의 현주소다.

국내 최대의 메가뱅크 출범은 낙후된 금융 시스템을 개선하고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는 촉매제가 돼야 함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를 통해 국내 금융권 전체가 거듭나야 한다. 정부가 추진 중인 금융개혁도 낡은 관행을 바꿔 세계적인 금융 흐름을 따라가자는 것 아닌가. 세계 곳곳의 네트워크를 강화해 2025년까지 글로벌 40위권 은행으로 도약하겠다는 KEB하나은행이 이런 선도적 역할을 감당해줄 것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