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약국들은 요즘 중국인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그들은 약사에게 미리 적어온 ‘선물 리스트’를 꺼내 첫 번째로 적힌 물품명을 보여주면서 달라고 한다. 약사가 한 개를 주면 더 달라고 하고, 두 개를 주면 역시 더 달라고 조르며 결국은 약국에 남은 모든 재고를 다 구매해가곤 한다.
그 선물은 일본 1위 콘돔업체 오카모토의 초박막 콘돔인 ‘제로제로쓰리(0.03)’다. 두께가 0.03㎜인 제품이다.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1일 “중국인들의 갑작스러운 제로제로쓰리 구매 열풍 때문에 글로벌 경제 충격에도 불구하고 오카모토만큼은 투자자들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오카모토는 콘돔이 너무 잘 팔려 최근 8주 사이 주가가 120% 폭등했다. 시가총액도 22년 만에 최대 규모인 10억 달러(약 1조1700억원)로 뛰어올랐다. FT는 “근래에 ‘Made in Japan’(일본산)이라는 마크가 찍힌 물건 중 이처럼 해외에서 히트친 제품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인들은 자국산 콘돔에 불신이 커 이전에도 외국산을 선호했는데, 올 들어 엔저로 일본을 많이 방문하게 되면서 일제 콘돔에 눈독을 들이게 됐다. 일본에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300만명 가까운 중국인이 방문했다.
요시유키 오카모토 사장은 FT와 인터뷰에서 “최근 중국 인터넷에 일본 방문 시 살 만한 선물 리스트에 우리 콘돔이 대부분 1위로 올라가면서 매출이 급증했다”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생겨났다”고 말했다. 콘돔은 다른 선물에 비해 가격이 싸 다수에게 선물하기도 좋기에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경우 ‘초식남’이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남성들이 점점 더 연애에 소극적으로 바뀌어 지난 10년간 콘돔 판매량은 매년 5%씩 감소해 왔다.
여러 조사에서도 일본은 가장 섹스를 안 하는 나라로 꼽혀왔다. 그런데 지금은 ‘제로제로쓰리’ 짝퉁이 생겨날 정도로 콘돔이 히트를 치고 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日 콘돔 제조사 오카모토의 때 아닌 호황
입력 2015-09-02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