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박 4일간 무려 43시간의 회담을 온 국민이 지켜보았다. 아니 전 세계가 주목했다. 남북고위급 접촉에 관한 이야기다. 필자도 교단 총회 모 노회 분립위원회 위원으로 낮 12시부터 밤 12시까지 회의를 한 적이 있다. 피로도가 엄청났다. 하물며 43시간의 회담은 거의 목숨을 건 회담이 아니었나 싶다. 더구나 북한은 준전시상태였고, 대한민국도 한미연합사령부의 대북정보감시태세인 ‘워치콘(Watch Condition)’ 2단계를 발령했다.
회담자들이 더욱 압박을 받은 것은 북측 최고지도자의 리더십이 예측불능이기 때문이다. 어떤 TV 대담자는 북측 협상자들이 잘못하면 제2의 장성택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 북측은 대북방송 확성기를 꺼야 한다고 요구했다. 남측은 지뢰도발을 시인하고 사과하라고 했다. 쌍방은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일촉즉발의 위기 속에서 반전을 거듭한 뒤 협상은 타결되었다. 북측은 유감 표명으로 사실상 사과를 하고 남측은 대북방송 확성기를 껐다.
이 회담에 대한 여러 평가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긍정적으로 본다. 특히 원칙과 공감의 두 날개란 관점에서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다. 남측은 북측 사과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표현상 유감이란 말은 미흡한 부분이 있다. 하지만 북측의 외교관계와 특수한 정치체제를 볼 때 공감의 영역이 아닌가 싶다.
리더십에도 원칙과 공감의 두 날개가 필요하다. 스티븐 코비는 ‘원칙 중심의 리더십’이란 책에서 “능력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 원칙을 중시하라”고 했다. 개인 차원에서 신뢰는 원칙을 지키는데서 온다는 것이다. 관리 차원에서도 임파워먼트(Empowerment) 리더십은 원칙중심일 때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조직이 비전과 목표를 공유하려면 원칙중심의 리더십이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원칙중심의 리더십이 완전한 것은 아니다. 소통이 결여된 원칙중심의 리더십은 독불장군이 되기 쉽다. 특히 현대 민주사회는 개인주의 성향이 매우 강하다. 이럴 때 원칙중심이 소통불능의 외고집으로 보여서는 안 된다.
그러면 원칙중심이면서도 소통을 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것이 바로 공감 리더십이다. 최근의 리더십 패러다임은 관계의 리더십, 공감의 리더십이다. 루스 터커는 리더의 특징에 대해 헌신 유능성 자기성찰 진실성 공감을 꼽았다. 특히 공감을 강조했다. 다니엘 골만도 요즘 리더에게 절실히 필요한 것은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공감 리더십이라고 했다. 그런데 원칙이 없는 공감 리더십은 어떠할까. 자칫 타협 일변도로 전락하여 리더십으로 인한 과업을 수행할 수 없다. 따라서 원칙과 공감의 두 날개가 리더십에는 꼭 필요하다.
특별히 크리스천 리더십에는 원칙과 공감의 두 날개가 더 필요하다. 미국의 윌로우크릭교회가 그 사례이다. 그들은 교회 32년 사역을 돌아보면서 자체 연구조사를 했다. 방대한 조사를 3년간 했다. 그리고 ‘계시, 당신은 어디에?’라는 책을 집필했다. 결론은 “숫자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는 실패했다”는 것이었다. 빌 하이벨스 담임목사는 여기에 동의했다고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도’라는 원칙중심의 리더십에서 물러서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는 태도를 가지면서 공감 리더십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더욱 존경받는 교회가 되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크리스천 리더들이여, 원칙과 공감의 두 날개로 비상하자!
권순웅 목사(동탄 주다산교회)
[특별기고-권순웅] 원칙과 공감의 두 날개
입력 2015-09-02 00: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