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中 전승절 참석에 시비거는 몰염치한 日 우익

입력 2015-09-02 00:48
일본 극우세력의 망동(妄動)이 목불인견 수준에 이르렀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을 ‘사대주의’라고 폄훼한 일본 극우 언론 산케이신문의 칼럼은 언론자유를 빙자한 대한민국에 대한 모독이다. 이 신문 정치부 전문위원 노구치 히로유키란 이는 ‘미·중 양다리 한국이 끊지 못하는 민족의 나쁜 유산’이란 제목의 칼럼에서 박 대통령을 일본 낭인들에 의해 무참히 시해된 명성황후에 비유했다. 일본과 척을 지면 박 대통령도 명성황후와 같은 비극적 운명을 맞을 거란 협박인 셈이다.

산케이의 수준을 알 만하다. 세월호 참사 당일 박 대통령 일정에 관해 기사가 아닌 소설을 써 한·일 외교마찰을 일으키게 했던 신문이다. 정확성은 언론의 생명이다. 아무리 극우세력을 대변하는 매체라 해도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기사나 논조로 진실을 호도하는 행위를 반복한다면 언론의 자격이 없다.

일본 정부 또한 오십보백보다.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중국 전승절에 참석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대해 “유엔은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유엔은 일제와 나치가 일으킨 세계대전의 참상을 다시는 지구상에서 반복하지 않기 위해 탄생한 국제기구다. 군국주의를 몰아낸 날을 기념하는 행사에 유엔 수장이 참석하는 것은 전혀 흠될 게 없다. 반 총장은 지난 5월 러시아 전승절 행사에도 참석한 바 있다. 그때는 가만있다가 유독 중국 행사에 시비를 거는 것은 도둑이 제발 저린 격이다. 일본은 전승절 행사를 있게 한 원인 유발자로서 누가 참석하든 토를 달 처지가 못 된다. 참회하는 자세로 지켜보면 그만이다.

우리 정부는 산케이 측에 기사 삭제와 재발방지를 요구할 방침이라고 한다. 무대응 원칙이 하루 새 바뀌었다. 차마 언론이라 하기 부끄러운 신문을 상대로 굳이 정부 차원의 대응이 필요한지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