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비행안내원(스튜어디스)은 최고의 직업에 속한다. 국가홍보 첨병이란 자부심이 대단한 데다 급여가 고위공직과 전문직 종사자를 제외하고는 가장 높다. 국제 항공사가 고려항공 하나뿐이어서 입사는 하늘의 별 따기다. 대부분 김일성종합대학이나 평양외국어대학을 졸업해 외국어 실력이 뛰어나고, 외모 또한 출중하다. 우수한 당성(黨性)은 기본이다. 20년도 더 된 얘기지만 취재차 평양에 갔다 만난 조평통 소속 안내원이 “딸아이가 의대 갈 실력이 되지만 나는 스튜어디스를 권하고 있다”고 한 말이 새삼 떠오른다.
북한 스튜어디스는 불과 10년 전만 해도 흰 저고리와 검정치마 한복 차림을 했다. 그러다 김정일의 지시로 화려한 양장으로 바뀌었다. 한동안 빨간색 투피스에 스카프를 두르는 게 대세였다. 김정은 집권 이후 또 한번 변신했다. 그는 2012년 7월 평양 순안국제공항을 시찰하면서 “비행안내원의 복장을 새 세기의 요구에 맞게 잘 만들어 주라”고 지시했다. 그 결과물이 연합뉴스가 31일 입수한 북한의 대외홍보용 월간 화보 ‘조선’ 9월호에 공개됐다. 짙은 감색 유니폼을 차려입은 5명의 스튜어디스가 표지모델로 등장한 것. 짧은 치마와 세련된 모자, 목걸이 등으로 단장하고 화사하게 미소 짓는 얼굴들이 김정은 부인 이설주를 연상시킨다는 평이 나온다.
북한이 미모의 스튜어디스 사진을 앞세워 지난 7월 개관한 순안국제공항 신청사를 홍보한 것은 해외 관광객 유치에 목적이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국제사회가 극구 반대하는 핵 개발을 강행하고, 틈만 나면 대남도발을 일삼는 동토(凍土)에 관광객이 몰려들 리 만무하다. 진정으로 관광객을 유치할 생각이라면 무엇보다 남북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것이 국제사회에 신뢰를 줄 수 있는 첩경이기에 하는 말이다. 지금 북한에서 중요한 것은 스튜어디스 복장 홍보가 아니라 권력 수뇌부의 사고방식 변화다.
성기철 논설위원 kcsung@kmib.co.kr
[한마당-성기철] 북한 스튜어디스
입력 2015-09-02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