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라디아서 2장 20절은 사도 바울의 고백입니다.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만 십자가에 못 박힌 것이 아니라 나도 십자가에 못 박혔다고 고백합니다. 놀라운 고백입니다.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말은 ‘내가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었다’는 말입니다.
언젠가 어떤 연기자에 관한 기사를 읽어 보니 제일 어려운 연기 중 하나가 죽는 연기라고 했습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습니다. 죽은 자는 자아가 없습니다. 죽은 자는 욕심도 없습니다. 나는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었습니다. 십자가 사건이 바로 나의 사건입니다. 그렇다면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내가 죽었다고 했는데 도대체 나의 무엇이 죽었다는 것일까요.
그리스도와 함께 나의 죄가 못 박혀 죽은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은 우리는 더 이상 죄에 대해 살아있는 자가 아니라 죄에 대해 죽은 자들입니다. 예수님이 십자가에 죽으심으로 우리의 모든 죄를 사해주셨습니다. 우리가 지은 과거의 죄, 현재의 죄, 앞으로 지을 미래의 죄까지 모두 사해주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그와 함께 죽으면 죄에 대해 죽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나의 정욕이 못 박혀 죽은 것입니다. 갈라디아서 5장 24절에서 바울은 “그리스도 예수의 사람들은 육체와 함께 그 정욕과 탐심을 십자가에 못 박았느니라”라고 말했습니다.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으로써 죄뿐 아니라 욕심에 대해서도 죽는 것입니다.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와 함께 죽음으로 정욕과 욕심이 죽었습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다’는 문장을 보면 시제가 과거인 것 같지만 실제로 원문을 보면 현재완료형입니다. 지금까지 죽어 있는 것입니다. 2000년 전 주님이 갈보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셨을 때 우리도 거기에 있었습니다. 주님이 죽으심으로 우리도 죽었습니다. 그리고 현재도 죽어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으로 내가 믿음 안에서 주님과 하나가 됩니다. 나도 십자가에 죽은 것입니다. 이를 가리켜 ‘동일시’라고 합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을 때 새로운 역사가 일어납니다. 기적이 일어납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죽을 때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십니다. 여기서 ‘살다’는 모두 현재형입니다. 우리가 계속 죽으면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사십니다. 내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은 것이 끝은 아닙니다.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내가 죽음으로써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살아나는 것입니다.
신앙은 결국 십자가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나를 대신해 십자가에서 죽으셨다는 사실을 믿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으심으로 나도 십자가에 죽은 것입니다. 예수를 믿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죽는 것입니다. 그러면 살 수 있습니다. 이 신앙의 고백으로 매일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서 죽음으로 다시 사는 역사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소원합니다.
이권희 목사(신일교회)
[오늘의 설교]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입력 2015-09-02 0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