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변성식] 장례식장에서의 일제 잔재도 청산해야

입력 2015-09-02 00:10

매년 이맘때가 되면 일제 강점기 잔재를 청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올해도 마찬가지다. 고령자들이 세상을 떠나면 젊은 세대들은 이전 세대에서 쓰던 일제 잔재를 우리의 풍습으로 알고 물려받아 계속 이어나갈 것이 우려된다. 더 이상 잔재 청산을 구호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깊은 조사 연구와 함께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장례문화도 대표적인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장례문화 속 잔재는 일제가 우리 고유문화를 통제하고 국민을 억압 통치하기 위해 제도화한 것이 그냥 풍습으로 남아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하다.

조선총독부는 1934년 우리나라 장례문화가 너무 번거롭게 형식만 차리며 까다롭다는 핑계와 사람들이 모이는 장례식을 독립투사들이 모이는 장소로 활용할 수 없도록 20개 항목의 새로운 장례 절차를 제정, 실행을 강요했다. 준칙에서 장례는 3일 내 끝내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 5일까지만 인정해 준다고 돼 있다. 이것이 바로 장례는 3일장, 5일장으로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 배경이다. 그 외에도 삼우제는 1회의 우제로 단축하고, 곡이나 상여소리를 내서는 안 된다는 등 우리의 전통문화를 통제하는 조항을 만들어 실천토록 했다. 그 배경에는 반일사상이 번진 고종과 순종의 국장, 3·1운동 등이 있다.

상주, 가족 그리고 문상객을 구분하기 위해 검은 줄의 수를 달리하는 완장을 착용하게 한 것은 멀리서도 한눈에 감시하기 쉽도록 했던 것인데 이를 아직 우리 장례에서 모두 지키고 있다. 최근 들어 ‘상주’라고 쓴 리본을 가슴에 다는 것이 새로운 유행으로 등장했다. 문상객이 상주를 쉽게 구별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는 게 장례업체의 설명이나 이 역시 앞뒤가 맞지 않는 일제 잔재의 한 형태다. 상주가 누구인지 알지 못하는 문상객이 조문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일본에서 유행하고 있는 고가의 생화제단 풍습을 들여와 장례비용을 올리고 있다.

일제의 통치수단으로 강권해 자리 잡은 잘못된 우리의 장례문화 풍습을 독립한 지 70년이 되도록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변성식 골든에이지포럼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