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9월의 노래

입력 2015-09-02 00:20

“5월에서 12월까지는 긴 긴 시간이지요. 그러나 그대가 9월을 맞이했다면, 나머지 날들은 순식간에 지나가 버리지요.”

어느새 9월이다. 오래된 팝송 ‘9월의 노래’의 가사처럼 9월은 잠시 머물다 지나가 버리고 지구 어디쯤엔가 머물러 있던 겨울도 그렇게 불현듯 다가와 올 한 해가 또 쉬이 지나갈 것이다. 우리나라 인터넷 속도가 세계 1위라더니 이에 비등해서 마음으로 느끼는 시간의 속도도 그리 빠른 것만 같다.

모두 더위에 지치고,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문제들로 인하여 돌파구를 찾지 못한 채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사이에도 절기는 어찌 그리 어김없이 잘도 찾아오고 떠나가는지.

뜨거운 기운과 차가운 기운이 교차하는 이 계절은 생각이 많아지는 때이기도 하다. 이제 삶의 속도를 조금 늦춰 지나온 길도 돌아보고 나아가야 할 길에서 잠시 멈춰 숨고르기를 하며, 하고 싶었던 많은 일들 속에서 꼭 해야 할 일을 추려야 할 시점에 선 것 같다.

가을 하늘의 넉넉한 품도 급행보다는 완행열차에서 그 맛과 멋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삶의 궤적과 전체적인 구도를 잘 살펴보기 위해서 때로는 삶의 기어를 잠시 저속으로 바꿔야 한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 때이다.

나누어 쓸 수도 없고, 남는 것을 쌓아두거나 상속할 수도 없이 물처럼 쉬이 흘러가버리지만 시간은 삶을 이루고 있는 귀한 선물이다. 거슬러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이 이제 무엇으로도 닿을 수 없을 만큼 길어져 아쉬움이 커지는 것은 그 귀한 선물을 알뜰하게 선용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생을 알기 시작하면 시간이 흐르는 속도의 빠름을 느끼게 되고, 인생의 가치를 터득하게 되면 시간의 소중한 가치를 깨닫게 된다고 하는데, 이제 시간의 들러리가 되어 허둥대기보다는 크로노스의 시간 속에서 카이로스의 시간 속으로 들어가 9월을 짜임새 있게 버무려 누리고 싶다.

김세원(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