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대학이 격론 끝에 합의한 대학 구조개혁 평가의 ‘룰’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었다. ‘정성평가’를 강화했지만 객관성을 증명하는 일이 과제로 남았다. 하위 그룹에 속한 대학들은 결과에 불만을 감추지 못했다.
◇등급 어떻게 매겼나=이번 평가는 4년제 대학과 전문대로 구분해 실시했다. 국립·사립, 수도권·지방 등으로 구분하자는 주장이 나왔지만 통합 평가했다. 다만 그룹마다 교육여건이 달라 일부 평가지표에 한해 국립·사립, 수도권·지방을 구분했다. 4년제 대학은 2단계로 진행됐다. 1단계에서 정성평가와 정량평가를 혼용해 정상적인 대학인 ‘그룹 1’과 부실대학인 ‘그룹 2’로 나눴다. 정성평가로만 이뤄진 2단계에선 부실대학들을 다시 평가해 D등급과 E등급을 가렸다. 전문대는 일괄 평가로 A∼E 등급을 매겼다.
4년제 대학 ‘그룹 1’은 A∼C 등급으로 분류됐다. A등급은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 B등급은 90점 이상, C등급은 90점 미만이다. ‘그룹 2’는 70점 이상과 70점 미만으로 구분해 D·E등급으로 나눴다. 다만 아깝게 C등급에서 D등급으로 떨어진 대학들을 배려해 ‘D+’등급(4년제 80점 이상, 전문대 78점 이상)을 막판에 끼워 넣었다.
교육부는 개별 대학의 등급을 직접 발표하지는 않았다. 낮은 등급의 대학이 저항할 수 있는 데다 해당 대학이 지역구에 있는 정치인 등 정치권이 반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대신 정부재정지원이 가능한 대학과 학자금대출 제한 대학을 각각 발표해 사실상 하위등급을 받은 대학 명단을 밝히는 방식을 선택했다.
C등급 이상을 의미하는 정부 재정지원 가능대학에는 4년제 대학 131개, 전문대 102개가 이름을 올렸다. 일반학자금 대출이 제한된 강남대, 상지대 등 4년제 대학 10곳과 충북도립대 등 전문대 14곳은 80점 미만∼70점 이상을 받은 D등급이다. 일반학자금과 든든학자금 전부를 대출받지 못하게 된 곳은 E등급(70점 미만)을 받았다는 뜻이다. 서남대 등 4년제 대학 6곳과 강원도립대 등 전문대 7곳이 여기에 해당된다. 종교·예체능 위주로 운영되는 대학 8곳에는 평균수준 정원 감축을 권고하는 별도 조치를 취했다. 31개 대학은 사전 심사 때 평가대상에서 빠졌다.
◇‘정성평가’ 객관성 시비 휘말릴 수도=이번 대학 구조개혁 평가는 정성적 요소에 무게를 실어 2011년부터 해온 정부재정지원제한 평가와 차별화를 꾀했다. 우선 일부 항목에 계량화된 수치를 살피는 ‘정량평가’와 평가자 주관이 담긴 ‘정성평가’를 섞었다. 전임교원 확보율은 국립·사립을 구분해 정량평가했고, 수업관리나 학생평가는 정성과 정량평가를 혼용했다. 과거 평가가 대학 내 화장실 수만 봤다면 이번에는 시설 수준, 청결도 등도 고려했다는 것이다. 연봉 1000만원으로 기록된 ‘무늬만 교수’로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여 좋은 점수를 받는 꼼수를 부린 대학을 거르는 식이다.
다만 정성평가의 객관성 시비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았다. 캠퍼스 통합 특혜논란 등으로 법정에 선 중앙대가 ‘최우수 등급’에 이름을 올린 점이 주목된다. 특혜 의혹으로 박용성(75) 전 이사장은 물론 박범훈(67)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까지 검찰 수사를 받는 상황에서 중앙대가 ‘모범 대학’에 꼽힐 자격이 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대 관계자는 “100점 만점에 95점 이상을 거둬 A등급을 받았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비리 유형에 따라 차등적으로 감점했는데도 일부 대학은 다른 평가에서 우수한 성적을 받아 등급을 유지했다”면서 구체적인 감점 사안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깎인 점수를 감안하면 정성평가에서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는 얘기가 된다.
정부는 후속조치로 9월 중으로 대학별 ‘맞춤형 컨설팅 방안’을 마련한다. 10월부터는 대학별로 자체 구조개혁 이행계획을 수립해 이행하도록 할 방침이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대학 구조개혁 평가] ‘정량평가+정성평가’ 혼용… 객관성 증명이 관건
입력 2015-09-01 03:08 수정 2015-09-01 1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