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함께 밥을 해먹는 시간이 줄고, ‘쌀밥’ 아닌 먹을거리도 다양해졌다. 저출산으로 쌀을 먹을 인구(人口)는 오히려 줄어들 전망이다. 국내 쌀 소비량 감소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그러나 쌀은 소비가 줄어드는 만큼 공급을 줄일 수 없다. 식량 위기 등으로 대체 식량 부족에 대비한 ‘식량 안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복잡한 ‘쌀 방정식’이 시작된다. 정부는 매년 넘치는 쌀을 ‘공공비축’으로 사들인다. 밀가루처럼 활용하도록 하는 쌀 가공산업에 매달리기 시작한 것도 쌀을 활용할 방법이 필요해서다. 그런데 여기에 올해 말부터 저렴한 수입쌀이 가세하게 된다. 쌀 공급이 넘치면 가격은 하락한다. 농민들이 국산 ‘쌀’ 재배를 포기하지 않게 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문이다.
◇국산 쌀도 넘쳐나는데…=한국농촌경제연구원 등에 따르면 지난해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65.1㎏으로 2005년(80.7㎏)에 비해 10년 새 20% 가까이 줄었다. 앞으로 감소 추세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는 1인당 쌀 소비량이 2025년 52.5㎏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생산량도 지난해 424만t에서 2025년 370만t으로 줄 전망이지만, 소비량 감소 폭이 훨씬 크다. 넘치는 쌀은 정부가 매년 공공 비축으로 사들인다. 공급이 지나치게 넘치면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에도 40만t의 쌀을 공공비축량으로 사들였다. 이 중 3만t은 해외 원조용이다.
농식품부는 쌀 가공산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역시 넘치는 쌀 활용 대책 중 하나다. 지난해 쌀 가공산업 5개년 기본계획을 수립한 데 이어 ‘쌀가공산업육성법’도 제정했다.
◇수입 쌀까지 개방…=그러나 쌀 가공 관련 업체들은 대부분 떡 업체 등 아직 영세한 현실이다. 쌀 가공산업의 성과는 기능성 식품, 신품종 개발 등 연구·개발(R&D) 투자에 달려 있다는 점에서 이른 시일 내 성장은 쉽지 않다. 지난 25일 한국식품연구원에서 열린 ‘쌀 가공산업 활성화 간담회’에서도 “쌀 가공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 민간 기업과 정책 연구기관이 실질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기술지원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는 업계 목소리가 높았다.
그런데 당장 올해 말부터 저렴한 수입산 쌀마저 국내에 들어오게 된다. 농식품부는 지난 7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를 통해 수입 밥쌀용 쌀 3만t과 가공용 쌀 1만1000t에 대한 구매 입찰을 마감했다. 이 물량은 저율관세할당(TRQ) 물량으로 5%의 낮은 관세를 적용받아 가격이 매우 싸다.
농민단체들은 밥쌀용 쌀 수입과 관련,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상경 집회를 갖는 등 강하게 반발해 왔다. 전국농민총연맹은 “농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국회는 밥쌀용 쌀 수입 중단과 가격보장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국내 쌀은 넘쳐나는데 밥상용 쌀 수입은 늘고… ‘쌀 가공산업 활성화 방안’ 해결책 될까
입력 2015-09-01 02:27 수정 2015-09-01 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