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 노트5 써보니… 아날로그 감성 S펜 ‘손맛’도 매력

입력 2015-09-02 02:39
갤럭시 노트5에 대한 우려가 많았다. 사양만 놓고 보면 지난해 나왔던 갤럭시 노트4에 비해 크게 개선된 것이 없어보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안드로이드 진영 스마트폰은 차별화가 쉽지 않다. 같은 운영체제를 탑재했고, 비슷한 사양을 갖춘 터라 제조사가 자신만의 매력을 뽐낼 여지가 적다. 그런데 실제로 만져보고 사용해보니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한 손에 감기는 느낌=노트5에 대한 의문부호가 느낌표로 바뀐 건 처음 손에 잡는 순간이었다. 그간 노트 시리즈가 보여줬던 중후하고 투박한 느낌은 전혀 없었다. 대신 세련되고 미려한 디자인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무엇보다 한 손에 쥐었을 때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게 돋보였다. 노트5는 노트4와 같은 5.7인치 디스플레이 크기는 유지하지만 제품의 크기와 두께는 줄었다. 노트5는 제품 테두리 베젤이 2.4㎜로 매우 좁다. 좁아진 베젤 덕분에 노트5는 노트4보다 가로 폭이 2.5㎜ 줄었다. 두께는 노트4의 8.5㎜에서 7.6㎜로 얇아졌다. 노트5는 제품 후면에 양쪽 곡면 디자인이 채택됐다. 이런 요소들이 어우러지면서 노트5는 성인 남성이 한 손에 쥐었을 때 딱 맞는 느낌을 준다. 부드러운 곡선의 느낌과 유리의 질감이 주는 조합도 좋다.

디자인에서 아쉬운 점이 있다면 곡면의 부드러움이 계속 연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곡면이 끝나면서 금속 테두리 부분이 툭 튀어나와 손에 걸리는 느낌이 든다. 두 부분이 하나처럼 계속 이어지는 ‘유니바디’ 형태였다면 훨씬 만족스러운 디자인이었을 거 같다.

노트5는 큰 화면을 선호하지만 크기 때문에 선택을 망설이고 있는 소비자에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한다. 5.7인치나 되는 큰 화면을 탑재하고도 한 손에 쥐기에 나쁘지 않은 휴대성까지 제공하기 때문이다. 노트5는 디자인과 휴대성 측면에서 진일보한 제품임에 틀림없다.

◇극대화 한 아날로그 감성=뭔가 갑자기 생각나거나 급히 메모를 할 일이 있을 때 우리는 주변에 펜과 종이가 있는지 두리번거리게 된다. 그게 뭔가를 적기 위해 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기 때문이다.

노트5에는 ‘잠금 화면 메모’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이 기능은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 S펜을 꺼내면 별도의 조작 없이 화면에 바로 쓸 수 있다. 급히 뭔가 적을 일이 있을 때 매우 유용하다. 디지털 장비의 기능을 아날로그적으로 해석했다는 느낌이다. S펜 필기감도 전작보다 개선됐다. 예전에는 필기를 하면 S펜이 화면에 미끄러지는 느낌이 약간 들었는데 노트5의 S펜은 실제 필기구를 사용하는 것 같은 느낌을 거의 100% 구현했다.

노트5는 대화면 제품임에도 노트 시리즈 중 처음으로 내장형 배터리를 채택했다. 배터리 용량도 노트4(3220㎃h)보다 줄어든 3000㎃h다. 이 부분은 사용자의 심리적 불안감을 키우는 측면이 있어서 아쉬웠다. 하루 종일 외근하는 직장인 정도를 제외하면 배터리를 교체하는 일은 별로 없다. 하지만 교체가 가능하다는 게 주는 심리적 안정감은 무시할 수 없다. 노트5는 유·무선 모두 고속충전을 지원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상황에서 배터리 스트레스는 없었다.

◇삼성페이 시너지 기대=삼성페이는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내놓은 서비스 중 가장 성공적인 데뷔를 하고 있다. 삼성페이 서비스 초기에만 해도 많은 매장이 “여기서는 사용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는 결제가 됐지만, 삼성페이 자체를 잘 몰랐기 때문에 거부감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불과 2주 정도가 지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삼성페이로 결제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건네면 별다른 질문 없이 결제를 하는 매장이 제법 많아졌다. 특히 커피전문점처럼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는 매장은 변화가 느껴질 정도다.

여전히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게 여러모로 편한 건 사실이다. 삼성페이를 꼭 써야할 필요를 느끼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일단 삼성페이를 써본다면 계속 사용할 가능성이 높다. 신용카드를 완전히 대체하지는 못하더라도 보완재 성격으로 충분히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삼성페이를 통해 노리는 건 사용자를 삼성 제품에 묶어두는 효과다. 차별화가 힘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 삼성페이는 확실한 차별점으로 부각될 만 하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