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회이자 위기 ‘계좌이동제’ 시행 한 달앞… “고객 맞춤형 서비스 고민하라”

입력 2015-09-01 02:29

오는 10월 ‘계좌이동제’ 시행을 앞두고 은행들이 고객 자산관리에 대한 본질적인 고민보다는 고객 확보 차원의 단기 처방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최근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출시하고 있는 계좌이동제 특화상품은 수수료 혜택을 강화하는 등 은행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소비자들이 왜 입출금 계좌를 옮기려 하는지에 대해 은행들이 면밀하게 분석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고 본다. 고객을 다른 은행에 빼앗기지 않으려 인센티브 경쟁만 하기보다는 은행의 자산관리 역량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전상욱 전략연구실장은 31일 “은행들이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금리 및 수수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고비용 대책”이라며 “은행 간 출혈경쟁이 심화되면 실질적인 효과가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계좌이동제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은행 영업환경의 조건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개인금융 허브인 결제성 예금계좌 성격을 감안하면 은행이 정확한 금융정보 제공과 거래 편의성 등 고객의 금융거래 전반에 대한 지원자가 돼야 충성고객 확보에 경쟁우위를 가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계좌이동제는 고객이 은행 주거래 계좌를 다른 은행으로 옮기면 기존 계좌에 연결된 공과금 이체, 급여이체 등도 자동 이전되는 것을 말한다. 10월부터 금융결제원 자동이체통합관리시스템 ‘페이인포’를 통해 온라인에서 계좌이동을 할 수 있고, 내년 1월부터는 은행창구에서도 계좌이동이 가능할 전망이다. 계좌이동제는 신규 고객 유치라는 기회이자 기존 고객을 뺏길 수 있는 위험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은행들은 통장을 기반으로 카드, 적금, 대출 등 다른 상품과 연계해 혜택을 제공하는 ‘패키지’ 상품을 내세우고 있다.

국민은행은 KB국민ONE통장을 기반으로 공과금 이체나 KB카드 사용실적이 있으면 타행이체수수료와 시간외출금수수료 등을 무제한 면제하는 ‘KB국민ONE라이프컬렉션’을 출시했다. 신한은행도 ‘신한주거래우대통장’ 수수료 혜택을 강화하고, 우대요건을 충족하면 주거래우대통장뿐 아니라 고객이 갖고 있는 모든 입출금 계좌에 대해 수수료를 면제해줄 방침이다. 농협은행은 농협 내 모든 사업장에서 고객 거래 시 포인트를 통합 적립하는 ‘NH올원카드’를 선보였다. 다음달 계좌이동제에 대비한 상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계좌이동제가 내세우는 소비자 선택권 및 은행 경쟁력 강화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은행들이 고객 자산관리에 초점을 둔 ‘능동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주거래은행 제도가 발달하지 않은 우리나라의 경우 계좌이동이 활발해질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수수료 무제한 면제와 같은 단편적인 혜택보다 고객별 맞춤형 서비스를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