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 구조개혁 더 과감하고 신속하게 추진하라

입력 2015-09-01 00:50
대학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졌다. 교육부는 초미의 관심사였던 대학 구조개혁 평가 결과 및 조치 방안을 31일 발표했다. 지난해 1월 추진계획을 수립한 지 1년7개월여 만이다. ‘대학 살생부’가 구체적으로 나온 것이어서 엄청난 후폭풍이 예상된다. 문을 닫는 대학이 속출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대학사회의 지각변동이 시작된 셈이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은 올해 4월부터 전국 163개 일반대학과 135개 전문대를 대상으로 다양한 평가를 진행해 왔다. 계량화된 수치를 살피는 ‘정량평가’와 평가자 주관이 담긴 ‘정성평가’를 섞어서 취업률, 학생 충원율, 교수 1인당 학생 수 등 30여개 항목을 정해 대학별로 점수를 매겼다. 그 결과가 이날 공개된 것이다.

핵심은 정원 감축이다. 학령인구 감소로 2013년 63만명이던 고교 졸업생 수는 2023년엔 40만명으로 대폭 줄어든다. 이에 따라 교육부는 2014∼2016년(4만명), 2017∼2019년(5만명), 2020∼2022년(7만명) 등 3단계 정원 감축안을 세웠다. 대입 정원 56만명을 40만명으로 줄이는 ‘16만명 감축’은 박근혜정부 교육개혁의 핵심이다. 교육부는 대학들을 A부터 E까지 다섯 단계로 평가했다. 이 중 D·E등급 대학은 정부 재정지원 사업에서 제외되고 장학금 혜택도 줄거나 사라진다. 4년제 일반대학 32개교, 전문대 34개교가 이에 해당됐다. 사실상 퇴출 위기에 몰린 것이나 다름없다. 하위 등급을 받은 일부 대학들은 벌써 “평가 무효”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대학 구조개혁은 어렵지만 반드시 가야 할 길이다. 이미 2013학년도 입시에서 입학 정원을 채우지 못한 4년제 대학이 63곳이나 나왔고, 3년 뒤인 2018학년도부터는 대입 정원이 전체 고졸자 수를 초과하는 역전 현상이 벌어진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27.6명으로 OECD 평균 15.8명의 2배에 가깝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대학 경쟁력 조사에서도 한국은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가 대학 개혁을 더 신속하고 과감하게 진행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순히 정원 축소가 아니라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통해 대학교육의 질과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학의 지형 구조와 체질 변화를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고, 고등교육 체계 전반의 밑그림을 다시 그린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현재 국회 상임위원회에 계류 중인 ‘대학평가 및 구조개혁법’이 시급히 통과돼야 한다. 대학 스스로도 과감한 혁신으로 구조조정에 앞장서야 되겠다. 개혁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대학사회의 혼란과 고등교육 생태계의 황폐화는 그만큼 가속화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