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옥상·달리는 버스… 어디라도 라이브 무대… 네이버 뮤직 ‘음악감상회’

입력 2015-09-02 02:33

2010년 11월 쌀쌀했던 어느 오후. 서울 중구 남산의 한 카페에 50명이 그랜드 피아노를 둘러싸고 앉아있다. 그들이 기다린 것은 가수 이적의 공연. 피아노 앞에 선 이적은 “예전에 음악감상실이라는 데가 있었어요. 그렇게 음악을 들었던 때가 생각나네요”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적이 피아노를 치고, 노래를 부르고, 자신의 곡을 해설해주는 이야기가 있는 작은 공연이었다. 네이버가 기획한 작은 공연 ‘음악감상회’(음감회)는 이렇게 시작했다.

작은 카페에서 이적의 라이브로 문을 연 음감회는 차츰 새로운 공연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음감회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라이브 공식을 깨고 파격적인 시도를 한다는 데 있다. 초대된 관객의 수, 공연이 열리는 장소, 공연을 진행하는 방식 등에서 다양한 변주를 줬다.

라이브 공연은 어디에서 하느냐가 매우 중요하다. 뮤지션들이 최고의 음악을 라이브로 들려주려면 이에 걸맞은 장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음감회는 음악을 잘 전달할 수 있는 장소보다 뮤지션과 관객이 소통하기 좋은 장소에서 주로 진행된다. 소극장, 작은 카페, 식당, 미술관, 공원, 화원, 리조트, 소속사 사무실, 뮤지션의 집, 심지어 건물 옥상과 달리는 버스까지도 라이브 무대가 된다.

가수 박정현은 2012년 7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의 한 건물 옥상에서 공연을 했다. 박정현은 관객 50명과 차와 음료를 나누고 노래를 불렀다. 지난해 2월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는 달리는 버스에서 공연을 했다. 더블베이스, 트럼펫 연주도 펼쳐졌다. 20여명의 관객이 지붕 없는 버스에 앉아 윈터플레이의 라이브 공연을 즐겼다.

인디밴드 소란은 2013년 11월 심야식당에서 라이브 무대를 꾸몄다. 5명의 팬을 관객으로 초청해 셰프 김태형, 웹툰 작가 토게(본명 정다정)와 음식을 만들고 먹으며 진행된 그야말로 작은 공연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이한철은 자신의 집에 팬들을 초청해 공연했고, 레게 뮤지션 스컬과 하하는 한 리조트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관객과 만났다. 십센치(10㎝)는 자신의 소속사 사무실에서 팬 16명을 초청해 마이크마저 없는 언플러그드 공연을 선보였다.

음감회가 대중음악이나 국내 뮤지션에게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제이슨 므라즈, 유키 구라모토, 미카(MIKA), 바우터 하멜 등 해외 뮤지션과 빈 소년 합창단, 리처드 용재 오닐, 클래식 앙상블 디토, 소리꾼 이자람 등 클래식과 국악 무대도 음감회를 통해 만날 수 있다.

방송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가수들을 만날 수도 있다. 시각 장애를 딛고 재즈 가수가 된 이동우, 재즈 여성 보컬리스트 웅산, 인디밴드 9와 숫자들, 일렉트로닉 그룹 이디오테잎, 피아니스트 윤한 등도 음감회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소규모 관객만 초청하는 공연이 대부분이지만 음감회는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네이버 뮤직을 통해 실시간 중계가 되기 때문이다. 생중계를 놓쳤다면 VOD 동영상으로 언제든 볼 수 있다. 누구에게나 그리고 언제든지 열려 있는 공연인 셈이다.문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