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31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에서 열린 ‘북극회의’에 참석해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동 대처를 촉구했다. 현직 대통령의 알래스카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일까지 사흘간 알래스카에 머물면서 북극 빙하 위를 걷고, 해안선 침식으로 마을이 사라질 위기에 처한 원주민들을 만날 예정이다. 기후변화는 오바마 대통령 스스로 이란 핵합의 이후 가장 중요한 국정 어젠다로 꼽는 이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오바마 대통령의 알래스카 방문을 계기로 기후변화가 미 대선의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9일 주례 라디오연설에서 “알래스카의 빙하가 빠르게 녹고 있어 수면상승으로 인한 해안선 침식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다”며 “이미 알래스카의 해안가 4개 마을이 다른 곳으로 이전했다”고 밝혔다. 어느 섬 마을은 수면상승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금세기 말까지 알래스카의 기온이 6∼12도 상승할 것”이라며 “기후변화는 전 세계 모든 나라에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알래스카 북극회의는 오바마 대통령의 기후변화 어젠다를 뒷받침하기 위해 미국 정부가 개최한 국제회의다. 북극의 지속 가능한 개발과 환경보호를 위해 결성된 북극 이사회 회원 8개국과 한국 등 12개 옵서버 국가가 참여한다. 존 케리 국무장관 등 각국의 외교장관들이 대표로 나선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북극회의에서 한국 정부가 지난 6월 발표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소개하고, 12월 파리에서 열리는 기후변화 당사국 총회의 성공을 위한 지지를 확인할 예정이다. 윤 장관은 이와 별도로 존 케리 장관과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최근의 한반도 정세와 10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를 앞두고 한·미 정상회담의 의제를 조율한다.
오바마 대통령은 알래스카 방문에 맞춰 알래스카 원주민의 오랜 청원을 받아들여 북미 대륙 최고봉(6194m)이자 알래스카 산맥의 주봉인 매킨리산(사진) 명칭을 ‘드날리’로 변경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이 기후변화 대처를 강조하면서 이 문제가 미 대선의 쟁점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측은 “기후변화에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는 유권자들이 늘고 있다”며 “기후변화 전략을 최우선적으로 다루기로 했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퓨리서치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성향의 18∼29세 청년 중 4분의 3이, 공화당 성향의 같은 나이 유권자 중 절반이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온실가스 규제에 찬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은 온실가스 배출 규제가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로 기후변화 대응에 대체로 소극적이다. 하지만 공화당 전략가 출신인 존 피어리는 “공화당 후보들은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젊은 유권자들에게 좀더 분명한 메시지를 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대선 레이스에 뛰어든 이후 기후변화에 대한 입장을 밝힌 적이 없다. 다만 지난해 초 트위터를 통해 “지구는 얼어붙고 있는데 기후변화 과학자들만 빙하에 집착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공화당에서는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유일하게 기후변화를 심각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후보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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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4개 사라졌다”… 오바마, 기후변화 공동대응 촉구
입력 2015-09-01 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