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의 삶과 죽음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좋은 삶은 무엇인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가’ 같은 생각을 하게끔 만들었다. 경제학 박사인 스콧은 교수를 하다 바이올리니스트 아내 헬렌과 미국 동북부 버몬트주 숲속으로 들어가 자급자족 생활을 한다. 자본주의, 물질주의가 삶을 황폐하고 공허하게 만드는 원인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루 4시간씩 살아가기 위한 농사(육체 활동), 책 읽거나 글 쓰는 작업(지적 활동), 이웃·자연과 함께 있는 시간(교제 활동)을 가졌다.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 그는 육체 노동을 했고, 자서전에는 “일과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관심이 늙음을 막는 가장 훌륭한 처방”이라고 썼다. 스콧은 100세가 되던 1983년 8월, 다가온 죽음을 감지하고 곡기를 서서히 끊는다. 일체의 연명적 치료나 물리적 도움을 받지 않고 아내 곁에서 평화롭게 떠난다. 삶과 죽음이 여일(如一)하다.
30일(현지시간) 별세한 저명한 올리버 색스 뉴욕대 의대 신경학과 교수는 지난 해 암이 전이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따뜻하게 신경질환 환자들의 삶과 재능을 조명했던 그는 지난 2월 뉴욕타임스 기고문에서 “몇 개월 살지 모르겠으나 더 풍성하고 깊고 생산적으로 살겠다”고 작별인사를 했다. 죽기 직전까지 더 타임스에도 글을 썼다.
미소 띤 얼굴과 유머. 뇌로 전이된 암 때문에 시한부 생명이라고 고백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지난달 말 기자회견 모습은 평안함 그 자체였다. “살날이 몇 주밖에 남지 않았다고 생각했었지만 아주 편안함을 느낀다.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다. 수천 명의 친구가 있고 멋진 삶을 살았다.” 그는 봉사활동을 계속한다고 했고 17년 동안 해온 주일 성경공부 교사를 지난주에도 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시한부 판정을 받고도 남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는 카터를 ‘조용한 용기’라고 표현했다. 품격 있는 삶들이다. 품격 있는 죽음, 결국 품격 있는 삶의 결과다.
김명호 논설위원 mhkim@kmib.co.kr
[한마당-김명호] 품격 있는 죽음
입력 2015-09-01 0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