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유통업체인 홈플러스 매각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이르면 주 초, 늦어도 이번 주 중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당초 칼라일그룹, MBK파트너스, 어피니티-KKR 컨소시엄 세 곳이 본 입찰에 참여했으나 칼라일그룹이 포기해 나머지 두 곳이 최종 경쟁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매각 대금이 기업 매각 사상 최대 규모인 7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홈플러스 매각이 관심을 끄는 이유는 과거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켰던 외국 자본의 먹튀 논란이 재연되는 양상을 보이기 때문이다. 홈플러스는 1999년 삼성물산과 영국 유통그룹 테스코의 합작법인으로 출범했으나 2011년 삼성이 지분을 매각함으로써 테스코사가 지분의 100%를 소유하게 됐다. 지금까지 투자한 금액은 2조3000억원 안팎으로 7조원에 판다고 하더라도 4조7000억원의 수익을 얻는 셈이다.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팔면서 챙긴 4조6000억원을 웃도는 규모다. 더욱이 테스코는 매각 전 1조3000억원을 현금배당 받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 먹튀 논란은 더 커지고 있다.
특히 우려스러운 것은 홈플러스 매각에 따른 고용불안이다. 인수에 나선 곳이 모두 기업을 사들여 구조조정을 한 뒤 차익을 남기고 되파는 사모펀드라는 점이 걱정이다. 실제로 ‘홈플러스 인수→조직 및 인력 감축→분할매각’이라는 시나리오가 이미 업계에 파다하다. 홈플러스는 전국의 대형마트 140곳을 비롯해 슈퍼마켓 380곳 등에 2만5000여명을 직접 고용하고 있으며, 협력업체 등 간접고용 인원도 15만여명이다. 매각 과정에서 고용 승계에 관한 확약이 없는 상태에서 추후 효율적 경영 등을 명분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매각 사실이 알려진 이후 홈플러스는 내부 고급 인력이 빠져나가는 등 벌써부터 뒤숭숭한 분위기다.
고용은 경제활동의 근간을 이루는 국가적 과제다. 이런 상황에서 홈플러스발 고용불안마저 야기된다면 이는 한 기업의 문제를 뛰어넘어 국민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게 된다. 정부 당국은 부당한 국부 유출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는 것과 아울러 홈플러스 근로자들이 고용불안에 떨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겠다.
[사설] 홈플러스發 고용불안 대책은 없나
입력 2015-09-01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