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돌과 청동 등으로 모성을 떠올리게 하는 풍만한 여체를 조각해온 고정수(68) 조각가가 곰들의 미소에 빠져들었다. 그의 작품 속 곰들은 평화로워 보인다. 웃고 있거나 서로 끌어안고 있다. 혼자 있는 곰도 킥보드를 타며 놀고 있는 등 여유로운 모습이다. 작가가 지난해부터 ‘곰’을 주제로 작업한 작품을 2일부터 22일까지 서울 종로구 노화랑에서 선보인다.
홍익대 조소과를 나온 작가는 50년간 돌과 쇠, 망치와 정을 친구 삼아 작업했다. 지금까지 작업한 여인상은 팔등신의 미인이 아니라 모성애를 지닌 수더분하고 펑퍼짐한 캐릭터였다. 그러다 작업실에 박혀 사는 자신의 처지가 동물원 우리에 갇힌 곰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는 곰과 자신에게 자유와 행복을 선물하자는 의도로 조각을 했다.
가족으로 보이는 반달곰 네 마리가 함께 손을 들어 올려 하트 모양을 만들어 보이는 ‘밝은 세상’(사진), 어미 곰이 새끼 곰을 다리에 올려 비행기 놀이를 하는 ‘느리게 사는 즐거움 속에’, 곰 두 마리가 껴안고 좋아하는 ‘감동과 떨림으로’, 중국 곰 판다를 도자기에 새긴 ‘북경에서 온 친구’ 등 작품들이 하나같이 재미있고 익살스럽다.
작가는 진득하면서도 참을성이 많은 곰 작업을 하면서 휴식과 즐거움을 얻게 됐다고 한다. 그간 해왔던 여체 조각의 볼륨도 살릴 수 있었다고. 그는 31일 “전 세계적으로 전쟁, 질병, 가난에 시달리고 우울한 세상이 아니냐. 의인화된 곰 작품이 상처받은 사람들에게 치유의 시간이 되기를 희망하고 힐링을 느끼면 좋겠다”고 말했다(02-732-3558).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행복 바이러스 머금은 ‘곰 가족의 미소’… 내일부터 조각가 고정수 작품전
입력 2015-09-01 0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