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따 참말이여, 믿을 수 없것는디, 하나님 날 대신해서 죽으셨다고∼”
‘할렐루야’라고 써 붙인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걸쭉한 사투리를 섞어가며 신나게 찬양하는 구자억(37) 목사는 ‘하나님의 뽕짝가수’다. 그는 지난해 Mnet 트로트엑스(트로트 오디션)에 출연해 ‘참말이여’를 맛깔나게 부르며 Top3까지 올라 트로트찬양을 세상에 알렸다. 지난 5월에는 4집 앨범 ‘약장수 구자억’을 내고 ‘뽕짝 유랑단’을 만들어 소외된 지역의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고행’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신앙 에세이 ‘너 하나님의 사람아’(규장)를 펴내고 ‘뽕짝은 눈물의 씨앗이며 자신에게 지워진 십자가라’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그는 왜 트로트찬양을 부르는 가수가 됐을까. 지난 달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공원로 국민일보를 찾은 구 목사는 트로트찬양 목사가 된 얘기를 털어놨다.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영향으로 나훈아씨의 노래를 듣고 흉내 내다 보니 찬송가를 불러도 자연스럽게 트로트의 느낌이 배어나오는 노래를 자주 부른 것이 발단이 됐다고 했다. 대학시절 축제 기간에 상금을 받기 위해 무대에 오른 것을 계기로 찬양사역을 하게 됐다.
“어느 해인가 청소년 집회에서 찬양사역을 하다가 눈물의 기도와 헌신으로 오늘날의 교회를 세운 어른들이 철저히 소외되는 모습을 보고 가슴이 아팠어요. 그들을 위한 노래를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지요. 그러다가 2009년에 자작 트로트찬양과 찬송가를 트로트로 편곡한 곡들을 모아 첫 앨범(인카네이션)을 내면서 트로트찬양 사역을 시작했습니다.”
조롱과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구 목사는 “하나님이 깨끗하게 하신 것을 네가 속되다고 하지 말라”(행 11:9)는 말씀에 힘입어 법궤 앞에서 춤추던 다윗처럼, 손에 소고를 잡고 춤추던 미리암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열렬히 노래하며 춤춘다.
방송 출연을 계기로 화려한 무대에 오를 수도 있었지만 그는 더 좁은 길, 더 낮은 곳으로 발걸음을 돌리기로 했다. 예수님이라면 그렇게 하셨을 것 같다는 생각이 그 이유였다. 이후부터 구 목사는 교회나 기독교 단체가 초청하는 행사만 다니다가 독거노인들을 돕는 무대를 준비했다. 국악을 하는 친구와 어르신을 대상으로 레크레이션을 하는 ‘MC1호’ 최일호 전도사와 ‘뽕짝 유랑단’을 결성한 것.
이들과 함께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 돌아다니며 두 개의 ‘음(音)’을 전하는데 의기투합했다. 바로 ‘웃음’과 ‘복음’이다. 구 목사는 예전에는 도시나 시골교회에서 교회 울타리 안에서 트로트찬양집회를 많이 했다. 그런데 방송에 나가고 나니 대형교회나 큰 집회에 많이 가게 됐다. 이전보다는 넓은 길을 가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구 목사는 ‘이 길이 아니구나’라고 느끼게 됐다고 했다. ‘그래, 돌아가야 돼. 일부러 좁고 험한 길로. 그렇지 않으면 넓고 편한 길로 올라가려고만 하게 될 거야.’
그래서 그는 새롭게 4집 대중 트로트 음반을 프로듀싱하면서 콘셉트를 ‘각설이’로 잡았다. 얼굴에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남루한 옷을 입고 광대 노릇을 하며 엿과 약을 파는 사람들. 교회 울타리를 넘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려면 부담이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하려면 양복을 말끔하게 입은 목사보다 품바나 각설이가 제격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오늘날 세상은 잘 차려입은 목사보다 누더기를 걸친 각설이의 말을 더 귀 기울여 듣는 듯합니다. 우연히 장터에서 각설이들을 본 적이 있는데 말을 정말 재미있게 잘했고, 약도 잘 팔더라고요. 저는 그들을 보고 생각했습니다.”
구 목사는 좋은 노래와 웃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풀어주는 약’을 팔기로 결심했다. 지난 4월 24일 경기도 성남 모란시장 장터에서 앨범 표지 사진 촬영을 위해 노래를 마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그때의 마음을 담았다. “저 사람들이 몸에 좋다는 약을 팔고 있으니, 나는 마음에 좋은 약을 팔아보자. 신약과 구약은 덤으로 듬뿍 담아서….”
감신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한 구 목사는 2013년 기독교대한감리교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고, 2년간 상승교회의 협동목사로 사역했다. 현재 항동감리교회 부목사로 재직하고 있다.
글·사진=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
트로트로 찬양하는 ‘하나님의 뽕짝가수’ 구자억 목사 “나는야 약장수 목사 마음에 좋은 약 팝니다∼”
입력 2015-09-02 0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