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당리당략에 얽매여 시간만 허비한 국회 정개특위

입력 2015-09-01 00:30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내년 4월 20대 총선에 적용할 선거구 획정 기준을 마련하지 못한 채 31일 사실상 ‘빈손’으로 활동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중앙선관위 산하 독립기구인 선거구획정위가 국회 제출 법정시한(10월 13일) 내에 선거구 조정을 끝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총선 때마다 반복되는 졸속 획정의 구태를 정녕 청산할 수 없단 말인가. 편협한 당리당략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여야 정치권은 국민으로부터 지탄받아 마땅하다.

정개특위는 선거구획정위 활동에 충분한 시간을 주기 위해 법정시한 2개월 전인 8월 13일까지 획정 기준을 넘겨주기로 했다. 하지만 여야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 지역구와 비례대표 의원 비율을 놓고 한 치 양보도 없이 힘겨루기를 계속하고 있다. 300명 의원정수를 유지한다는 게 유일한 합의사항이다.

여야 의원들로 구성된 정개특위는 당장 재가동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의 논의 구조에 비춰볼 때 독자적으로 합의안을 도출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소속 정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데 급급할 경우 시간만 낭비할 뿐이다. 여야 대표 간 일괄타결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표 회담은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하지만 회담에서 조속히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당의 공식 입장과 양보안을 먼저 마련해야 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지역편중 해소 차원에서 도입해볼 만하다. 비례대표 의원정수(54명)를 늘리지 않는다면 새누리당이 크게 손해볼 것도 없다. 비례대표 의원정수의 경우 지금보다 줄여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우세한 만큼 현행 선거구 246개를 적절히 조정하는 식으로 협상을 진행하는 게 옳다. 헌법재판소의 선거구 인구편차 조정 결정(3대 1 이내에서 2대 1 이내로 변경)을 반영해야 한다고 해서 선거구를 꼭 늘릴 이유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