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으로 밀려드는 난민은 점차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유럽연합(EU)으로 온 난민이 62만6000명 정도였지만 올해에는 독일 한 곳에만 80만명이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은 당초 올해 45만명이 올 것으로 예측했다가 난민이 갈수록 늘어나자 최근 75만명으로 수정했다가 지난 26일 다시 80만명으로 재수정했다. 하지만 난민의 다수를 차지하는 시리아가 오랜 내전으로 계속 피폐해져가고 있고, 리비아와 나이지리아 등에서도 각각 내전과 종교 분쟁으로 난민이 양산되면서 난민들은 올해는 물론 앞으로 몇 년간 계속 늘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런 현실 때문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지난 26일(현지시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의 난민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중동과 아프리카 난민 계속 늘 것=5년째 내전 상황인 시리아는 전체 인구 2300만명 가운데 400만명이 나라 밖 난민으로 떠돌고 있다. 삶이 힘들어도 버텨오던 나머지 시리아 국민들도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가 무너지고 내전도 그칠 가망이 없어지자 난민 대열에 속속 가세하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도 29일 시리아에 변변한 병원이 없어 심장병을 앓는 딸(2)을 치료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유럽행을 시도한 시리아 여성 사마르 주카다르의 사연을 소개했다. 그녀는 “시리아에서는 수술을 할 만한 시설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라고 호소했다.
현재 시리아에는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 수니파 이슬람국가(IS), 알카에다 간에 3중, 4중의 복잡한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 내전이 조기에 끝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100만명 이상의 시리아 난민이 레바논에 몰리면서 600만 레바논 인구의 삶마저 힘들게 되자 레바논인들 가운데 유럽행을 택하는 이들이 생기는 등 주변국으로 난민 ‘도미노 현상’이 번지고 있다.
이라크 난민들도 급증세다. 모술 등 IS가 장악한 곳에서 탈출한 이들과 집권 시아파 정부의 박해를 피해 떠나는 수니파 이라크 국민들이 그들이다.
아프리카 각국에서도 다수 이슬람교도의 박해를 피해 기독교인들이 대륙을 빠져나오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는 유럽에 가면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유럽 드림’이 확산되면서 성공하기 위해 유럽행 배를 타는 경우도 다수다. NYT에 소개된 나이지리아 출신 난민 여성 메르시 오콘크워(42)도 돈을 벌기 위해 유럽행을 꿈꾸다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스페인령인 세우타와 스페인, 그리스를 거쳐 지금은 세르비아에서 다시 서유럽행을 시도하고 있다. 그녀는 난민 생활만 16년째로 그만큼 난민들이 유럽에 도착해도 정착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기존에는 시리아와 이라크, 아프리카 난민이 주된 난민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러시아와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 사람들이나 내전이 치열한 예멘과 아프가니스탄, 지진 참사를 겪은 네팔 등에서도 속속 나라를 떠나는 이들이 생기고 있다.
◇바닷길 이어 고속도로 등 육지길에서도 참사 잇따라=국제난민기구(IMO)에 따르면 올해 유럽 등으로 향하다 숨진 난민은 모두 3409명이다. 이 중 2373명이 지중해에서 숨졌다.
그런데 ‘죽음의 바다’로 불리던 지중해에 이어 유럽 각국의 육지길도 위험해지고 있다. 특히 짐칸 등에 실려 장시간 트럭을 타고 가다 무더위에 질식하는 사례가 늘면서 고속도로가 난민들의 또 다른 무덤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7일 오스트리아-헝가리 국경지대 고속도로에서 71명의 난민이 트럭 짐칸에서 숨진 채 발견된 데 이어 29일에도 오스트리아-독일 국경지역 도로에서 26명의 난민이 죽음에 임박한 채로 발견돼 충격을 줬다. 현지 경찰은 “조금만 늦었어도 숨졌을 것”이라며 “오스트리아에서는 날씨가 이렇게 무더울 때는 짐승도 짐칸에 안 태운다”고 개탄했다.
영국행을 위해 도버해협의 프랑스 쪽 화물터미널이 있는 도시인 칼레에도 수천명의 난민이 몰리면서 밤마다 영국행 트럭에 올라타려는 이들이 차에 치여 숨지거나 질식사하는 등 최근 한 달 새 10명 이상이 도로에서 숨졌다.
난민들과 각국 현지 경찰 간 충돌도 확산되고 있다. 29일 그리스 경찰이 자국으로 불법 진입하는 난민선을 저지하는 과정에서 난민들이 저항하자 발포해 17세 소년이 숨졌고, 최근 마케도니아 등 육지 루트에서도 경찰과 난민 간 충돌이 있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死線을 넘는 난민들] 2차대전 후 최악… 올해만 지중해서 2300여명 숨져
입력 2015-08-31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