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여전히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농촌 남성노인 등 소외계층에 대한 사회 안전망 확충이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30일 OECD ‘건강 통계 2015(Health Data 2015)’에 따르면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자살은 29.1명으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29.1명은 2012년 수치지만 OECD는 최신 통계가 없을 때 가장 가까운 연도의 수치를 그해 통계로 간주한다. 통계청 조사에서 2013년 자살률은 28.5명이었다.
자살률이 20명대인 국가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2012년에는 헝가리(22명)가 우리와 더불어 20명대였으나 2013년 19.4명으로 낮아졌다. 일본도 2011년에 20.9명이었으나 2012년과 2013년에 각각 19.1명, 18.7명으로 줄었다. OECD 평균은 12.0명이다.
우리가 과거부터 자살률이 높지는 않았다. 1990년만 하더라도 자살률은 8.8명으로 일본(17.5명) 독일(17.1명)의 절반 수준이었다. 자살률이 급격히 상향곡선을 그린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2000년 16.6명에서 2005년 29.9명으로 껑충 뛰었다.
전문가들은 자살률의 급격한 증가 원인으로 고령화에 따른 소외노인 증가를 지목한다. 윤인진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특히 농촌지역 남성노인의 자살이 유난히 높다”면서 “과거에는 가족이 이들을 끌어안았지만 지금은 가족 해체로 스스로를 감당해야 하는 처지”라고 말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펴낸 ‘우리나라의 자살급증 원인과 자살 예방을 위한 정책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75세 이상 남성노인의 자살률은 209.2명으로 25∼34세 남성(38.7명)보다 5배 이상 높았다. 65∼74세 남성의 자살률도 143.1명에 달했다.
청소년 자살도 문제다. 최근 수년간 자살 학생의 전체 숫자는 다소 줄었지만 성적 문제로 고민하다 극단적 선택을 한 청소년은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학생 자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성적불량·성적비관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학생은 14명이다. 지난해 전체(9명)보다 많고 2013년(12명) 수치를 넘어섰다.
여기에다 계속 간격이 벌어지는 소득 양극화와 청년실업, 비정규직·장애인 차별 등도 자살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다. 윤 교수는 “개인이 자신의 문제를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비정한 사회가 됐다”면서 “소외된 계층을 위한 안전망 확충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삶 포기’ 여전히 세계 최고…농촌 할아버지 7배 많아
입력 2015-08-31 03: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