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회사와 의료기기업체로부터 해외 골프관광 접대를 받거나 논문 번역료 명목으로 돈을 챙긴 의사 536명이 무더기로 검찰에 적발됐다. 2010년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도 처벌하는 ‘쌍벌제’가 시행됐고, 지난해 7월 ‘리베이트 투 아웃제’(두 번 이상 금전적 대가를 제공하면 건강보험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행정처분)를 도입했지만 불법 리베이트 관행은 여전하다.
서울서부지검 정부합동 의약품 리베이트 수사단은 의약품이나 의료기기를 판매하며 리베이트를 건넨 혐의로 A제약회사 영업이사 손모(46)씨와 외국계 의료기기판매업체인 B사 김모(46) 사장 등 관계자 7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들로부터 리베이트를 챙긴 신모(47)씨 등 의사 4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함께 적발된 9개 업체와 의사 339명에 대해선 보건복지부에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의사 193명은 공소시효가 지나 행정처분을 의뢰하지 않았다.
A제약회사 손 이사는 2010년 9월부터 이듬해 6월까지 의사 461명에게 554차례에 걸쳐 3억5900만원가량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논문 번역료, 시장조사비용을 의사들에게 지급한 것처럼 허위로 서류를 작성했다. 정작 의사들은 번역과 시장조사 등을 하지도 않았다. 미국계 의료기기 판매업체인 B사는 2013년 1월부터 지난 2월까지 해외 제품설명회를 핑계로 의사 74명에게 해외 골프관광비 2억4000만원 상당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불구속 기소된 대학병원 의사 김모(48)씨는 대형 제약회사 7곳에서 15차례에 걸쳐 리베이트 2028만원 상당을 받은 혐의다. 김씨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에게 현금, 신용카드를 받아쓰거나 영업사원이 미리 술값·식대를 결제해둔 식당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리베이트를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신훈 기자 zorba@kmib.co.kr
“부끄럽지도 않나” 뒷돈 의사 536명 들통… 또 리베이트 대거 적발
입력 2015-08-31 0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