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복지 삭감에 따른 반발을 줄이기 위해 도입하는 생활임금제를 두고 기업과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영국 최대 슈퍼마켓 세인스베리의 전 최고경영자(CEO) 저스틴 킹은 BBC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생활임금제 도입이 ‘터무니없는(ludicrous)’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생활임금은 물가를 반영해 근로자와 그 가족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으로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것이다.
조지 오스본 재무장관은 내년 4월부터 최저임금제를 대체하는 시스템으로 생활임금제를 도입하겠다고 지난달 밝혔다.
현행 최저임금은 21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 시간당 6.7파운드(약 1만2100원), 견습생은 3.3파운드를 지급하게 돼 있는 반면 생활임금은 25세 이상 근로자를 대상으로 시간당 7.2파운드(약 1만3000원)를 지급하도록 돼 있다.
영국 정부는 2020년까지 생활임금을 시간당 9파운드(약 1만6300원)로 올리겠다는 방침이다. 정부 예산에서 복지 지출을 줄이는 대신 임금을 올려준 셈이다.
영국 정부는 근로자 600만명이 생활임금제 도입으로 혜택을 볼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기업과 노동계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킹은 방송에서 생활임금이 2020년 시간당 9파운드로 오르면 최저임금이 유지될 때보다 10∼15% 높은 수준이 될 것이며, 결국 이는 일자리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회원 620만명의 노조단체 ‘노조회의(TUC)’의 프란시스 오그래디 사무총장도 생활임금이 25세 이상 근로자에게만 적용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성인 근로자들 대신 나이 어리고, 임금이 낮은 근로자들로 대체할 위험이 크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프랑스에서는 집권 사회당의 주요 노동정책인 ‘주 35시간 근무제’에 대해 에마뉘엘 마크롱 경제장관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마크롱 장관은 최근 프랑스 경제인연합회(MEDEF) 모임에서 “오래전에 좌파는 기업에 대항하거나 기업 없이도 정치할 수 있으며 국민이 적게 일하면 더 잘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그러나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주 35시간 근무제는 2000년 사회당 리오넬 조스팽 총리 주도로 노동시간을 줄여 일자리를 늘린다는 명분 아래 도입된 제도로 사회당 노동 정책의 핵심이자 ‘적게 일하는’ 프랑스인들의 상징이었다.
그동안 재계를 중심으로 주 35시간 근로제로 초과근무 수당이 증가해 기업 부담이 늘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마크롱 장관의 발언에 대해 사회당 내에서는 “니콜라 사르코지가 내각에 있는 줄은 몰랐다”면서 마크롱 장관을 우파 성향의 사르코지 전 대통령과 비교하는 등 반발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마뉘엘 발스 총리도 논란이 커지자 “주 35시간 근무제를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
“저연령 노동자 소외” vs “일자리 감소할 것”… 캐머런 생활임금제 노사 모두 “반대”
입력 2015-08-31 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