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홍용표 통일부 장관-김양건 통일전선부장, 格 맞춘 ‘통·통 라인’ 주도 유력

입력 2015-08-31 02:58
비무장지대(DMZ) 관광열차가 30일 경원선 최북단 역인 강원도 철원군 백마고지역 승강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DMZ 열차는 북한의 목함지뢰 및 포격 도발에 따른 남북 간 군사적 긴장으로 운행이 중단됐다가 최근 재개됐다. 연합뉴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남북 당국회담이 어떻게 진행될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8·25 남북 합의’에서 선보였던 ‘2+2 채널’은 ‘양측 정상의 최측근+대북·대남 정책 담당자’로 모든 현안에 상시 가동할 수 없는 체제였다. 따라서 이 합의에 따른 ‘후속’ 회담에는 새로운 채널 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청와대가 협상을 직접 주도하기도 부담이고, 모든 현안을 안보와 연관해 해결하기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상황을 고려해보면 우리 측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의 ‘통·통 라인’ 재가동 가능성이 가장 높아 보인다.

일단 남북은 양쪽 적십자 간 이산가족 상봉 협상 진행 상황을 봐가며 당국회담 준비에 나설 개연성이 크다. 논의 테이블에 올라올 각종 현안이 대부분 통일부와 관련된 점을 감안하면 홍 장관이 주도적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로 김대중 전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 방북 당시 우리가 제의했던 당국회담의 주체도 홍 장관과 김 비서였다. 그러나 북한은 당시 시큰둥한 반응만 보였다. 김 비서의 카운터파트를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북한은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및 포격 도발 이후에는 우리 측의 ‘김 실장 대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 홍 장관 대 김 비서’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2000년 이후 남북 간 수많은 장관급 회담 가운데 통·통 라인이 회담 수석대표로 대면한 적은 없다. 우리 측 통일부 장관의 북측 파트너는 대부분 차관급에 불과한 내각책임참사였다. 지난번 고위급 접촉을 계기로 비로소 ‘격(格)’이 맞춰진 만큼 향후 통·통 라인이 당국회담을 주도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남북 대화사(史)에서 단 한 차례에 불과했던 총리급 회담이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7년 11월 한덕수 국무총리와 북한 김영일 내각총리가 만나 남북경협 활성화 및 서해 평화협력지대 추진 등에 합의한 바 있다. 당시 남북 정상회담 이후 나온 10·4공동선언의 후속 성격이었다. 1991년에는 남북기본합의서 작성 당시 정원식 국무총리와 연형묵 북한 정무원 총리가 만나 합의서에 서명했지만 정식 회담은 아니었다.

일각에선 박봉주 북한 내각총리가 노동당 결정을 실행하는 집행기구 수장에 불과해 실질적 2인자인 우리 국무총리와 격이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나온다. 현안별 단계적 협상 가능성을 고려할 때 적절치 않다는 평가도 있다.

강준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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