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명문고 학생회장이 졸업 전 여자 후배의 순결을 뺏는 ‘학교의 전통’을 따랐다가 성폭행 혐의로 기소됐으나 배심원들로부터 ‘관대한 처벌’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NBC 등 미 언론에 따르면 같은 학교 여자 신입생을 강간한 혐의로 기소된 미국 뉴햄프셔주 콩코드의 세인트폴 기숙학교 졸업생 오언 라브리에(19)는 28일(현지시간) 메리맥 1심법원에서 열린 배심원 평결에서 3건의 강간 혐의에 대해 무죄 평결을 받았다. 다만 배심원들은 1년 이하의 징역형이 선고될 수 있는 ‘경미한 성범죄’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평결을 내렸다. 배심원 평결이 내려지자 온라인에서는 “너무 관대한 처벌”이라는 의견이 압도적이다.
특히 이번 사건은 159년 전통의 명문 고교에서 일부 선배 남학생들이 졸업 전 여자후배와 성관계를 가지려고 경쟁하는 ‘선배 의식(Senior Salute)’이라는 전통에서 비롯된 것임이 밝혀지면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남학생들은 세탁기 뒤편의 벽에 점수판을 만들어 놓고 유성 매직으로 성관계 횟수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브리에는 지난해 5월 졸업을 이틀 앞두고 학교 내 건물 옥상의 기계실로 당시 15세의 여자 신입생을 데려가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버드대 신학대에 입학허가를 받은 그는 졸업식에서 ‘학교 활동에 헌신했다’는 명목으로 학교장상을 받았다. 그러나 하버드대는 성폭행 논란이 일자 입학허가를 보류했다.
라브리에는 법정에서 “키스를 하고 몸을 만지기는 했지만 성관계를 하지 않았다. 친구들에게 성관계를 자랑했지만, 그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생각에 한 거짓말이었다”면서 “페이스북에 올린 글도 삭제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해 여학생은 “라브리에를 따라 건물 옥상까지 간 것은 자발적이었지만 성관계를 갖기 위해 간 것은 결코 아니었다”고 반박했다.
1856년 문을 연 세인트폴 기숙학교는 존 케리 국무장관과 다수 의원은 물론 노벨상 수상자까지 배출한 전통의 명문고다. 케네디가 등 명문가 자제들도 이 학교를 다녔다.
워싱턴=전석운 특파원 swchun@kmib.co.kr
美 명문고 신입 여학생 성폭행 사건 “전통 따랐다”는 가해자 일부 무죄 논란
입력 2015-08-31 0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