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신학서적을 중심으로 독자들의 표절 제기가 잇따르는 가운데 지난 27일 저녁 서울 마포구 독막로길 한국기독교선교100주년기념교회 사회봉사관에서 ‘표절과 한국교회’를 주제로 포럼이 열렸다. 발제자들은 신학 논문과 출판물, 설교에 만연된 표절 관행을 중단하고 진실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포럼에는 ‘표절론(현암사)’의 저자 남형두(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기조발제를 했으며 차정식(한일장신대) 교수, 이성하(원주가현침례교회) 서문강(중심교회) 목사가 각각 발표했다.
남 교수는 “표절 문제는 신중하고 객관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표절 의혹이 정치적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비공개로 조사하되 표절 판명 시 단호하게 대처하는 선진국의 사례를 배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최근 논란과 관련해서는 “표절의 피해자는 정직하게 글 쓰는 학계에 있다”며 “기독교계가 더 엄격한 기준을 지킬 때 존경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차 교수는 신학교에서 발견되는 표절 유형 4가지를 꼽았다. 학위논문 표절, 재탕삼탕의 자기표절, 제자 논문 표절, 타인 논문을 무단 전재하는 경우 등이다. 그는 “논문의 수를 계량적으로 평가하는 학계의 생존 경쟁과 영세한 신학교육기관의 한계가 표절을 양산하고 있다”며 “외부 감시 강화와 함께 학자적 프로페셔널리즘으로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목사는 “지금까지 제기된 신학서적의 표절은 초보적 수준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신학서적 표절반대’ 그룹 운영자인 그는 “심각한 사례는 번역서가 버젓이 존재하는 데도 그 책을 표절한 사례”라며 “유일한 출구 전략은 학계의 치열한 반성”이라고 했다. 그는 “앞으로 표절에 대한 제보는 독자가 아니라, 학회나 대학에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문 목사는 설교 표절 기준에 대한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표절 설교와 독창적 설교의 차이는 오직 한 가지 척도로만 결정될 수 있다”며 “설교자가 자신이 할 설교를 위해 어떤 준비를 하느냐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표절 설교는 남이 한 설교를 가져다가 그것이 마치 자기의 연구와 기도를 통해 나온 열매인 양 회중들 앞에 제시하는 행위다. 여기엔 부목사가 작성한 설교문을 그대로 전달하는 담임목사의 설교도 포함된다. 서문 목사는 “그렇다고 다른 설교에 대해 귀를 닫는 함정에 빠져서도 안 된다”며 “좋은 내용이 있으면 자기 것으로 소화해 설교하는 것은 표절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
“학계 생존경쟁·영세 신학기관이 표절 양산”… ‘표절과 한국교회’ 주제 포럼
입력 2015-08-31 00: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