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심한 탓에 추세적으로 하락하는 중국 성장률이 내년 5% 미만으로 떨어지면 우리나라 성장률이 1.0% 포인트 이상 하락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해외 투자은행들은 한국 등 아시아 신흥국가들이 중국발 디플레이션 압력에 노출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신흥국 중심의 수출 전략 제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30일 ‘한국 경제, 트리플 딥(triple-dip)에 빠지나?’ 보고서에서 “몇 년 새 중국 경제성장률이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총수출의 30.1%를 중국(홍콩 포함)에 의존한 한국 경제가 받는 충격은 상당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현대경제연구원 자체 분석 결과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대 미만으로 떨어지고 다른 조건이 모두 같다면 한국 총수출 증가율은 4.0% 포인트 이상, 경제 성장률은 1.0% 포인트 이상 하락한다. 중국 경제가 5%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 한국의 총수출 증가율은 2.2% 포인트, 경제성장률은 0.6% 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 경제가 연착륙에 성공해 내년에 6%대 경제성장률을 기록하더라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0.1% 포인트 하락 압력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이 같은 전망이 나오는 것은 중국의 경기 둔화가 심상치 않아서다. 2007년 이후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계속 하락 중이며 특히 올 상반기에는 성장률이 7%에 그쳤다. 수출뿐만 아니라 소비와 투자 부문도 부진해 주요 국제기구와 투자기관들은 중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2015년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6%대 후반으로 낮아져 내년의 경우 6% 중반까지 하향 조정되고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산업연구실장은 “우리 경제는 2008년 미국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로 두 차례 성장률 급락을 경험했는데 최근 중국발 불안이 지속되면 ‘트리플 딥’이 형성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불황에 빠진 경기가 일시적으로 회복되다가 다시 하락하는 ‘더블 딥(double-dip)’에 이어 상승-하락 국면이 한 번 더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중국 성장 둔화 및 위안화 평가절하 등에 따른 물가하방 압력은 선진국보다 한국 대만 등 아시아 신흥국에서 크게 나타날 것으로 분석했다. 이날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위안화 절하로 대(對)중 교역 비중이 높은 아시아 신흥국(한국 대만 등)을 중심으로 수출 둔화 및 디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모건스탠리 역시 아시아 신흥국들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보다 중국의 성장 부진 영향에 더 취약하며 이로 인해 물가 하락 압력은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중국 경기 둔화 가능성이 한국경제 전반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수출 전략의 수정 목소리도 나타나고 있다. 주 실장은 “최근 중국발 신흥국 경제위기 가능성이 점증되고 있어서 신흥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으로 수출 및 투자 전략이 재설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
“경제 중국발 ‘트리플 딥’ 우려”
입력 2015-08-31 0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