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자살률 1위라는 오명에서 10년째 벗어나지 못했다. 30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건강 통계 2015’에 따르면 2013년 기준으로 OECD 회원국의 자살로 인한 평균 사망률은 인구 10만명당 12.0명이었다. 한국은 이보다 훨씬 많은 29.1명으로 OECD 회원국 가운데 단연 최고였다. 2위 헝가리(19.4명), 3위 일본(18.7명)과도 엄청난 차이다. 우울하고 불안한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더욱 큰 문제는 우리의 자살률이 꾸준히 높아지는 데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990년 인구 10만명당 7.6명에 불과했던 자살률은 2001년 14.4명을 거쳐 2011년에는 사상 최고치인 31.7명까지 치솟았다. 2003년 이후 자살률 세계 1위라는 서글픈 타이틀을 놓친 적이 없다. 오죽하면 세계 보건 전문가들 사이에 ‘한국 하면 김치 다음으로 유명한 게 세계 최고 자살률’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겠는가.
이웃 일본의 예를 들어보자. 일본은 자살률이 한때 세계 최고 수준이었지만 2010년 이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2006년 자살예방기본법에 따라 1, 2차 종합대책을 수립한 뒤 매년 3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국가 차원의 대대적인 자살 방지에 나선 것이 주효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떤가. 자살 예방 관련 예산은 고작 80억원에 불과하다. 2004년 자살예방법에 따라 1, 2차 종합대책도 만들었지만 관심 부족 등으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지난해 시행됐어야 할 3차 종합대책은 아예 발표조차 안 되고 있다.
사람들이 귀중한 목숨을 스스로 던지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급변하는 사회·경제적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총체적으로 대응해야 할 국가적 과제인 셈이다. 범국가적 예방·치료 시스템이 치밀하게 구축된다면 능히 해결할 수 있는 질병이다. 무엇보다 최선의 백신은 우리 모두의 ‘작은 관심’이라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하겠다.
[사설] 부끄러운 세계 1위 자살률, 범국가적으로 대응해야
입력 2015-08-31 00: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