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36·여)씨의 6세 딸은 지난달부터 미술학원과 영어 학습지에 더해 한자 학습지를 시작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한자병기 논란이 거세지자 하루라도 빨리 한자 공부를 시키겠다는 쪽으로 생각을 바꿨다. 그는 “유치원 엄마들 사이에 한자병기에 대한 찬반은 갈려도 입학 전에 한자 공부를 시켜야 하는 것 아니냐는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학부모 1026명을 대상으로 초등 교과서 한자병기가 한자교육 및 학습 부담 등에 미치는 영향을 설문조사한 결과 73%(749명)가 한자병기에 반대했다고 30일 밝혔다. 68%(695명)는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가 병기되면 자녀에게 별도 한자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88%(907명)는 학원·학습지 등과 관련된 사교육비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고, 84%(858명)는 학습 부담이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 학습지 업체는 올 상반기 한자 분야 미취학아동 회원 수가 지난해 상반기 대비 약 10%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초등학생 회원 수도 약 2% 늘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13∼16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유아교육전’에서 2018년부터 초등학교 3학년 교과서에 한자가 병기되므로 7세부터 한자 학습이 필요하다는 홍보가 성행했다고 지적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측은 “일부 한자 사교육 업체가 정부의 시안을 확정안처럼 광고한 것은 허위 과장광고”라며 “교육부는 즉각 시정명령을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한문을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우는 중학생조차 부담을 느끼고 있다. 사교육 과열지구이자 학업성취도가 비교적 높은 서울 강남구 중학교 3곳에서 교과별 학업성취 평균이 가장 낮은 교과는 한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3개 학교의 한문 평균 점수(68.8점)는 수학 평균 점수(76.2점)보다 낮았다. 한문은 성취도별 분포비율에서 낙제에 해당하는 ‘E’를 받은 학생 비율(34.4%)이 가장 높기도 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송인수 공동대표는 “영어 정규 교육이 중학교에서 초등학교 3학년으로 내려가면서 조기 영어 사교육 열풍이 분 것처럼 한자 사교육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漢字병기 멀었는데 엄마들은 벌써 시작… 유치원부터 학습지 열풍·사교육업체는 기정사실화
입력 2015-08-31 02: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