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예술 교류의 큰 무대 ‘파리가을축제’ 내달 개막… 한국 여성 예술인 ‘4인 4색의 향연’ 벌인다

입력 2015-08-31 02:51
올해 44회째인 프랑스 파리가을축제가 초청한 한국 여성 아티스트 4인방 가운데 현대무용 안무가 안은미, 민속예능 장인 김금화 그리고 판소리 명창 안숙선(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이 지난 24일 서울 종로구 성곡미술관에서 프랑스 언론의 취재에 응하고 있다. 김태형 선임기자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
민속예능 장인 김금화(84), 판소리 명창 안숙선(66), 현대음악 작곡가 진은숙(54) 그리고 현대무용 안무가 안은미(53). 올해 44회를 맞는 프랑스 파리가을축제(9월 9일∼12월 31일 파리 주요 문화시설)가 초청한 한국 여성 아티스트 4명이다. 전 세계 다양한 장르의 현대예술을 소개하고 교류하는 장으로서 정평이 난 파리가을축제는 2015∼2016 시즌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맞아 한국의 전통 및 현대예술의 정수를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을 선택했다.

중요무형문화재 82호(서해안풍어제)인 김금화는 9월 20일 프랑스를 대표하는 국립극장인 테아트르 드 라빌에서 한국의 전통적인 제의를 공연하며, 안숙선은 9월 21일 세계 연극계의 거장 피터 브룩이 이끌었던 극장인 테아트르 뷔페 드 노르에서 후배인 남상일과 함께 ‘수궁가’를 입체창(역할을 나눠 부르는 형식)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또 동시대 가장 주목받는 작곡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진은숙은 10월 9∼10일 라디오프랑스홀, 11월 27일 필하모니홀에서 ‘오케스트라를 위한 로카나’ 등 대표작부터 최근 신작까지 다채롭게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진은숙이 서울시향에서 직접 기획한 ‘아르스 노바’를 통해 발탁한 젊은 작곡가 박정규 신동훈 박선영 서지훈의 곡도 이번에 함께 연주된다.

한국 현대무용 안무가 가운데 해외에서 가장 각광받는 안은미는 2010년대 대표작인 ‘몸의 댄스’ 3부작을 9월 23일부터 10월 10일까지 테아트르 드 라빌 등 4개 극장에서 10회 공연할 예정이다.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 ‘사심 없는 땐쓰’ ‘무책임한 땐쓰’로 이뤄진 3부작은 각각 노인, 청소년, 중년 세대와 함께 춤추는 작품이다.

‘한·불 상호교류의 해’를 앞두고 최근 프랑스 유력지 ‘르몽드’와 주간지 ‘파리마치’ 등의 기자 6명이 한국 문화예술 전반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을 다녀갔다. 이들은 10일간 머무르면서 영화감독 홍상수, 가수 싸이, 사진작가 배병우 등 한국의 아티스트 30여명을 취재했다. 파리가을축제가 초청한 여성 아티스트 4인방은 당연히 이들의 취재 1순위였다. 4인방의 공연 티켓은 이미 매진됐을 정도로 프랑스 현지에서도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해외에 머무르는 진은숙을 제외한 나머지 3명이 지난 24일 성곡미술관에서 프랑스 취재진과 만났다. 프랑스 취재진은 이들 세 사람에게 한국 공연예술의 독창성과 미학에 대한 질문을 쏟아내기도 했다.

안숙선은 “파리가을축제는 우리 판소리와 매우 인연이 깊은 곳으로 2002년 다섯 바탕 완창이 해외에서 가장 먼저 소개됐다. 이후 그 성과를 바탕으로 미국 뉴욕 링컨센터와 영국 에든버러 페스티벌 공연이 성사됐다”며 “2003년 판소리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는 과정까지 파리가을축제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파리가을축제를 계기로 판소리가 다시 한번 프랑스를 비롯해 해외에서 주목받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안은미의 경우 올해까지 파리에서 3년 연속 초청 공연을 하게 됐다. 한국 공연 가운데 처음으로 2013년 ‘심포카 프린세스 바리-이승 편’을 가지고 파리여름축제에 참가했던 그는 지난해 ‘몸의 댄스’ 3부작 가운데 ‘조상님께 바치는 댄스’로 또다시 호평을 받았다. 그리고 올해 파리가을축제에서 ‘몸의 댄스’ 3부작을 전부 선보이게 됐다. 게다가 안은미는 파리가을축제 외에도 프랑스와 스위스 등 유럽의 10여개 극장에서 초청을 받아 투어 공연을 가질 예정이다. 안은미는 “몸의 인류학적 의미를 찾기 위해 시작한 ‘댄스 3부작’은 몸으로 느끼는 소통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보편적인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만이 아니라 프랑스 등 유럽에서도 관심을 가지는 것 같다”고 밝혔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