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시합은 뒷전… 스포츠도박 프로농구 선수들 줄수사

입력 2015-08-29 02:38

고양 오리온스 장재석(24), 원주 동부 프로미 안재욱(28), 부산 KT 소닉붐 김현민(28) 등 유명 전현직 프로농구 선수 7명이 직접 스포츠 도박을 벌인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일부는 1억원 이상 베팅한 것으로 파악됐다. 또 오리온스 A선수는 스포츠 도박에 참여한 지인들에게 경기 관련 정보를 제공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찰은 다음주 중 수사를 마무리하고 대부분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길 계획이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스포츠 도박에 돈을 걸거나 관여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지난 3월부터 프로농구와 유도 등 전현직 운동선수 20여명을 수사해 왔다. 프로농구 선수는 8명이다. 국내 프로농구 사상 이번처럼 무더기로 선수들이 스포츠 도박에 얽히기는 처음이다.

이들 상당수는 최근 수년간 현직 선수 신분으로 사설 스포츠토토 사이트에서 수십만원부터 많게는 1억여원을 걸고 도박에 참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선수는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주관하는 정식 스포츠토토에도 참여할 수 없게 돼 있다. 경찰은 계좌추적을 통해 이들의 베팅 사실을 대부분 확인했다. 일부 선수는 혐의를 부인한다고 경찰 관계자는 전했다.

안 선수와 지난 5월 은퇴한 삼성 썬더스 박성훈(29) 선수는 각각 억대 도박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장 선수는 총 베팅액이 1000만원대, 김 선수는 수십만원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는 경기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경찰은 승부조작 정황도 잡고 조사했지만 혐의가 명확히 드러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7월 스포츠 도박 사실을 인정하고 은퇴 의사를 밝힌 경기도 모 시청 유도팀 황모(28) 선수는 박 선수에게 휴대전화로 ‘후배들에게 실수 좀 하게 하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박 선수가 주문에 따랐는지는 확실치 않다. 다만 황 선수에게 선수 상태 등 경기 관련 정보를 제공해 베팅에 참고하도록 했다.

A선수는 경기 정보를 친구인 유도 선수들에게 제공해 베팅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직접 스포츠 도박을 하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고의성 등도 크지 않아 형사처벌까지 가지는 않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프로농구계는 다음 달 12일 2015-2016시즌을 시작도 하기 전에 휘청거리게 됐다. 장 선수와 A선수는 오리온스의 핵심 전력이다. A선수는 지난해 공격 부문에서 기록적인 활약을 보였다. 장 선수는 2012년 프로농구 입문 당시 드래프트(신인선수 지명) 1순위였다. 2011년에는 중국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국가대표로 출전하기도 했다. 올해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던 오리온스는 두 선수가 추문에 휘말리면서 팀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프로농구연맹(KBL)은 경찰이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대로 재정위원회를 열고 해당 선수들에게 자격정지 등의 처분을 내릴 계획이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