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코 먹튀 논란… 홈플러스 매각전 1조3000억 배당 추진

입력 2015-08-29 02:41
영국 유통그룹 테스코(Tesco)가 국내 2위 대형마트인 홈플러스 매각을 서두르면서 1조원 이상 배당설(說)이 퍼지는 등 ‘먹튀’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테스코는 매각에 앞서 1조3000억원 규모의 배당을 실행하는 방안을 홈플러스 인수 후보자인 MBK파트너스·칼라일그룹·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등 사모투자펀드(PEF)들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의 지분 100%를 가진 주주로서 1조3000억원의 배당을 받아가는 대신, 배당으로 줄어든 홈플러스의 가치만큼 인수 대금도 깎아주겠다는 제안이다. 3개 후보가 모두 입찰에서 홈플러스의 가격을 7조원 안팎으로 써낸 만큼, 실제로 배당이 이뤄질 경우 매각 가격은 5조∼6조원대까지 낮아질 수 있다.

여기에 다시 테스코가 홈플러스에 빌려준 1조5000억원의 부채를 새로운 인수자가 당장 갚지 않고 인수 후 상환을 조건으로 떠안는다면, 실제 매각 대금은 더 줄어들 가능도 있다. 문제는 홈플러스가 당장 현금으로 배당할 여력이 없다는 데 있다. 배당은 상법상 현금성 자산으로만 가능하므로 대부분을 금융기관으로부터 빌리는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매각 후 구조조정이나 고용 불안 문제가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김국현 홈플러스 노조 선전국장은 “지금도 홈플러스는 임금협상 과정에서 ‘회사 사정이 어렵다’는 이유로 임금 인상 등을 거부하고 있는데, 1조원이 넘는 차입금 부담까지 더해지면 고용 조건은 더 나빠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김혜림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