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 “전쟁의 막장구름서 화해의 길 들어섰다” 고위급 접촉 첫 언급

입력 2015-08-29 02:32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해 발언하는 모습을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8일 게재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공식석상에서 ‘8·25합의’를 언급하며 “북남관계가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남북 고위급 접촉에 직접 나섰던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대남담당 비서에 이어 북한 최고지도자까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잇달아 드러내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김 제1비서는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를 소집해 “(8·25합의는) 첨예한 군사적 긴장 상태를 해소하고 파국에 처한 북남관계를 화해와 신뢰의 길로 돌려세운 중대한 전환적 계기”라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8일 보도했다.

회의는 서부전선 포격 사건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북한이 취한 조치와 성과 등을 논의하고자 소집됐다. 김 제1비서는 이 자리에서 포격 사건 전말을 통보하고 일선 부대의 대응과 남북 고위급 접촉 등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이번에 우리는 주동적으로 북남 고위급 긴급 접촉을 열고 무력 충돌로 치닫던 일촉즉발의 위기를 타개했다”며 “민족의 머리 위에 드리웠던 전쟁의 먹장구름을 밀어내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수호했다”고 했다.

8·25합의 도출이 북한의 핵 보유에 따른 성과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김 제1비서는 “벼랑 끝까지 닿은 교전 직전에서 다시 되찾은 평온은 결코 회담 탁자 위에서 얻은 게 아니다”며 “자위적 핵 억제력을 중추로 한 군력과 무적의 천만대오가 있기에 이룩될 수 있었다”고 했다. 향후 남북 당국 간 접촉이 재개돼도 핵 문제는 논의 대상이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통신은 “회의에서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일부 위원을 해임 및 임명했으며 조직 문제가 취급됐다”고 전했다.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과 서부전선 포격 사건, 남북 고위급 접촉 등 일련의 사태 과정에서 몇몇 인사들이 승진하거나 문책성 경질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숙청 또는 처형된 것으로 알려진 현영철 인민무력부장과 변인선 군 총참모부 작전국장의 빈자리를 정리하고 새 인물을 앉혔을 수도 있다. 북한은 개별 인사의 신상 변동을 공개하지 않아 회의 결과가 확인되기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편 김 제1비서는 최근 수해가 난 나선시 특별경제구역의 피해 상황을 통보하고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 이전까지 복구를 마치라고 지시했다. 북한에서는 지난 22∼23일 사이 나선에 많은 비가 내려 주민 40여명이 숨지고 가옥 1000여채가 파괴되는 등 피해를 입었다.

조성은 기자 jse130801@kmib.co.kr

[관련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