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짝퉁 한국대학 홈페이지까지… 中 유학원, 11개大 사진·로고 도용 영업

입력 2015-08-29 02:39
서울대 로고와 건물 사진을 무단으로 도용해 제작된 중국 유학원 사이트.

중국에서 어학연수 중인 대학생 임창빈(25)씨는 최근 중국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보다 한국 유학과 관련된 사이트 하나를 발견했다. 한국 대학 유학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중국 사이트에 국내 10여개 대학의 로고와 설명이 있었다. 임씨는 몇몇 학교 로고를 클릭해 대학 홈페이지로 들어갔다. 메인 화면에는 학교의 사진과 소개, 입학전형 등 다양한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임씨가 본 모든 대학의 홈페이지에는 같은 전화번호가 적혀 있었다. 이상하게 생각한 임씨가 각 학교에 확인한 결과 그 사이트는 대학의 공식 홈페이지가 아니라 중국 유학원에서 한국 대학의 사진과 로고를 무단 도용해 만든 것이었다. 대학 연락처인 양 적어놓은 건 그 유학원 전화번호였다.

이렇게 학교 사진과 로고를 도용해 영업하는 중국 유학원 때문에 국내 여러 대학이 골머리를 썩고 있다. 임씨가 본 사이트에는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국내 대학 11곳의 홈페이지가 링크로 연결돼 있다. 학교별 홈페이지엔 입학전형 등 한국 유학용 자료뿐 아니라 학교의 최신 뉴스, 캠퍼스 라이프 등 공식 홈페이지에나 있을 법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런 ‘짝퉁’ 홈페이지에 대학들은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서울대는 큰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는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이화여대는 “공식 중국어 사이트로 링크하도록 중국 유학원에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중앙대 관계자는 “그 사이트 외에도 여러 사이트가 우리 학교의 로고나 사진을 도용하고 있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법적 대응도 고려하지만 물리적인 제한이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쟁사 로고를 도용해 부당이득을 취한 경우에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혐의 적용이 가능하지만 이런 경우는 어렵다”며 “사기 혐의도 뚜렷한 피해자가 나타나야 적용할 수 있다”고 했다.

홍석호 기자 wi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