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완식의 우리말 새기기] 이글이글 ‘작열’…쾅쾅 ‘작렬’

입력 2015-08-29 02:24

“작렬하는 태양 아래 해운대해수욕장에는 올 들어 가장 많은 ○○만 인파가 몰렸다.” 한 TV 방송 자막에서 본 글귀입니다.

위에서 ‘작렬’은 ‘작열’이라고 해야 합니다. ‘작열’과 ‘작렬’을 구분하지 못해 생긴 일인데, ‘작열’은 灼(불 사를 작)에다 熱(뜨거울 열)로 이뤄진 말로 불 따위가 이글이글 뜨겁게 타오른다는 뜻입니다. 불에 새빨갛게 달다, 몹시 흥분하거나 하여 이글거리듯 들끓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작렬’은 위의 ‘작열’과는 전혀 다른 말입니다. ‘작렬’은 한자로 ‘炸裂’입니다. ‘炸’은 ‘灼’과 비슷한 뜻이지만 ‘裂’이 ‘찢을 렬’로 다르지요. ‘작렬’은 불이 타닥타닥 타고 옷감이 세게 찢어지는 소리를 비유한 것인데, 포탄 따위가 터져서 쫙 퍼진다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박수 소리나 운동 경기에서의 공격 따위가 포탄이 폭발하듯 극렬하게 터져 나오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축구 한일전에서 우리 선수가 종료 직전 역전골을 작렬했다’처럼 씁니다. ‘작열’과 ‘작렬’은 모두 ‘장녈’로 발음해야 합니다.

얼마 전 전방에서 지뢰가 ‘작렬’해서 소중한 우리 장병들이 많이 다쳤지요. 미안해하고 고마워하는 사람이 많으니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서완식 어문팀장 suhw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