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교회오빠 말투·현실적 조언이 통했죠”… ‘교회오빠의 발칙한 상담’ 블로그 운영 이명현씨

입력 2015-08-31 00:19
온라인에서 기독 청년 고민 상담을 해 주는 이명현씨가 지난 28일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자신의 블로그 ‘교회오빠의 발칙한 상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강민석 선임기자

"30대 초반 미혼 여성입니다. 1주일 중 5일을 교회에 가다 보니 주변에서 '교회녀'라 불려요. 소개팅 때마다 상대방이 '데이트할 시간도 없겠다'며 제 신앙생활을 부담스러워 합니다. 연애도 하고 결혼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할까요?"(아이디 '교회녀')

"남자를 만나려면 '교회 덕질(관심 있는 주제에 깊이 파고든다는 인터넷 용어)'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시간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구원은 믿음으로 얻는 것이지, 헌신 많이 한다고 얻는 것은 아니다."(아이디 '교회오빠')

‘교회오빠의 발칙한 상담’이란 제목의 블로그를 운영하는 이명현(36)씨가 블로그에 올린 상담 내용 중 일부다. 그는 ‘교회오빠’란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신앙생활을 계속 하되 누군가를 만날 시간을 내는 연습을 조금씩 하라’는 이씨의 조언이 담긴 글은 결혼과 연애로 고민하는 기독 청년들에게 큰 공감을 얻고 있다. 2013년 7월부터 온라인 상담을 해 온 그를 지난 28일 서울 노원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한 이씨는 졸업 후 자동차부품업체 영업사원으로 취직했지만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복수전공인 ‘노인학’을 살려 사회복지사로 변신한 그는 2010년 노인 장기요양센터를 개설했다. 하지만 계획대로 사업이 풀리지 않자 신앙에 회의가 찾아왔다.

“기도로 시작한 사업인데 잘 안되니 너무 괴로웠어요. 모태신앙인이지만 삶이 팍팍해지니 ‘내가 믿던 하나님은 어디 있나. 힘들 때 곁에 없는 하나님이 과연 무슨 소용인가’란 생각이 들더군요.”

이씨는 이때부터 6개월 간 교회에 발길을 끊었다. 그러나 이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교회는 떠났지만 신의 존재는 부정할 수 없어서였다. 1년 반 동안 성경과 세계사, 보수·진보 신학 서적과 논문을 탐독하며 ‘교회에 가야 하는 이유’를 찾았다. 이씨가 얻은 결론은 ‘그간 자신의 신앙이 잘못됐다’는 것이었다.

“성경과 기독교 역사책을 읽으면서 제 신앙이 기복적이고 단순했다는 걸 알았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제가 잘 먹고 잘 사는 것보단 어떤 자세로 살아야 하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신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비로소 교회로 돌아갈 용기가 생겼습니다.”

기독 청년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상담도 이때쯤 시작했다. 진로 선택, 결혼, 신앙에 대한 회의감 등 인생의 중대 기로에 선 믿음의 후배들이 자신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동네 형이나 오빠 같은 친숙한 말투로 교회 내 연애, 기독교인의 직장생활 등을 다룬 이씨의 글은 입소문을 타고 조금씩 인기를 얻었다. 현재 블로그 평균 조회수는 300건, 온라인 상담을 요청한 사람은 250여명에 달한다.

그의 상담 특징은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가령 ‘취업 준비로 시간 여유가 없는데 교회 봉사 권유를 자주 받아 힘들다’는 고민에 대해서는 ‘취업 준비에 집중하되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만 하라’고 제안한다. 또 ‘술 때문에 회식 자리에 안 가는데 회사에서 소외될까 걱정’이란 고민에 대해서는 ‘한국 문화상 상사가 주는 잔은 입에 대는 시늉이라도 하는 게 예의니 술은 안 마셔도 회식에 동참해 직장 선후배와 잘 어울리도록 노력하라’고 답해주는 식이다.

그는 “상황은 각자 모두 다르기에 ‘정답은 이거다’라고 하기보단 내 실패를 가이드 삼아 상담해준다”며 “신학적 논란이 있을 만한 글을 쓸 땐 친한 목회자 3∼4명의 조언을 듣고 신학 논문을 참고하는 등 최대한 현실과 신학적 의견이 조화된 답을 내놓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씨는 블로그를 찾는 이들이 자신을 ‘꼰대’라고 느끼기 전까지는 계속 상담할 계획이다. “제 상담이 정답이고 모든 사람이 공감할 거라곤 기대하지 않아요. 가끔은 ‘이단 아니냐’고 마구 욕을 보내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여러 문제로 고민하는 기독 청년들이 조금이나마 제 글로 힘을 얻고, 기독교에 대한 반감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 욕을 먹더라도 계속 상담할 겁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