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적으로 주목받는 스케일의 작가… 작가 이불, 5년 만에 상업화랑서 개인전

입력 2015-08-31 02:03
국제적으로 주목받은 이불(51·사진)은 스케일의 작가다. 지난해 국립현대미술관에서 현대자동차의 중견작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돼 선보인 작품이 대표적이다. 높이 7m의 2개 대형 전시 공간을 바닥 가득채운, 깨진 거울을 이용한 무한 반사 이미지의 ‘태양의 도시’, 거대한 샹들리에를 연상시키는 초대형 설치물 ‘새벽의 노래’는 무엇보다 규모면에서 스펙터클했다.

홍익대 조소과를 졸업한 그는 2000년대 중반부터 진행해온 이 같은 ‘나의 거대 서사’ 시리즈를 들고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이후 도쿄 모리미술관, 룩셈부르크 현대미술관, 스페인 카스텔로 미술관 등 전 세계 유수의 미술관을 순례해 오고 있다.

‘여전사’로 불린 만큼 공격적인 작품을 해왔던 그가 5년 만에 국내 상업화랑에서 개인전을 마련했다. 서울 종로구 PKM 갤러리에서 9월 25일까지 갖는 ‘이불’전이다. 설치, 드로잉 등 20여점의 신작을 들고 나왔지만 외견상 기존 작품의 마이크로 버전 같다. 건축적이기는 하지만 장식성은 강화됐다. 깨진 거울 조각에는 단정하게 프레임이 씌워졌다. 매다는 설치작품(사진)은 거실에 두어도 무방할 듯한 규모가 됐다. 예전처럼 스와로브스키 같은 고급 보석도 썼지만 싸구려 크리스털과 자전거체인, 포장용 끈 같은 기성품도 동원됐다. 길이도 50㎝ 짜리도 있고 커봐야 2.5m 정도. 그런 작품 안에 지금까지 추구해왔던 무한대(인피니티)를 구현하고 있다. 전등갓을 연상시키는 작품의 뚜껑 내부에는 거울이 있어 구슬 등을 사용해 만든 텍스트 이미지를 무한 반복적으로 만들어낸다.

작가는 지난 19일 기자와 만나 “작업 스케일이 점점 거대해졌다. 그 크기를 줄이면 힘이 사라질까, 어떤 장치를 해야 거대한 스케일에서 가능했던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실험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작품이 단정해진 느낌을 주는 것에 대해선 “프레임은 일종의 유니폼 같은 거다. 유니폼을 입었다고 해서 정체성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유니폼의 의미를 크게 볼 이유가 없다”고 했다.

손영옥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