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특혜 의혹에 휘말렸던 서울의 자율형사립고 하나고등학교가 여학생 대신 남학생을 더 뽑기 위해 입시성적을 조작해 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르면 다음주 특별감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서울시의회 ‘하나고 특혜의혹 진상규명 특위’는 27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등을 증인으로 불러 이틀째 행정사무조사를 벌였다. 하나고 전경원 교사는 26일 증인으로 출석해 성적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전 교사는 “남녀 합격자 비율을 고려하라는 이사장 요구로 일부 남학생 지원자들에게 가산점을 부여해 서류 평가와 면접 점수를 합산한 엑셀 파일을 조작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김승유 하나학원 이사장(전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교육 당국의 이해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하나고 이태준 교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기숙사에 수용할 수 있는 여학생 인원에 한계가 있어 입학요강에 ‘입학전형위원회 심의를 거쳐 합격을 배제한다’는 문구를 넣고 매년 신입생 성비를 조정했다”며 “2013년 7월 감사 당시 서울교육청도 이 문제를 이해했다”고 해명했다. 이 교장은 “찜찜했던 부분이라 올해 처음 남녀 학생을 각각 100명씩 뽑는 것으로 서울교육청 인가를 받았다”며 “불가피하게 소수 여학생이 불이익을 받았을 순 있지만 대다수 재학생이 이해하고 있다”고도 주장했다.
전 교사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2009년 교무수첩에 ‘성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면 기숙사 사용을 들어 설득하자’는 식의 기록이 있다”며 “기숙사는 이사장 논리에 맞추기 위해 만들어낸 핑계”라고 말했다. 전 교사는 2012년 이명박정부 청와대 고위 직원 자녀가 일으킨 학교폭력 사건을 학교가 매뉴얼대로 해결하지 않고 무마하려 했다고도 주장했다. 서울교육청 김형남 감사관은 “2013년 국제중 입시 비리가 불거져 외고·자사고 등 32곳을 특별감사했는데, 당시 (이 교장 말처럼) 성적 조작이 적발되진 않았었다”고 반박했다. 서울교육청은 이르면 다음주부터 하나고 특별감사에 착수키로 했다. 입시 부정이 사실로 드러나면 자사고 지정을 취소할 수 있다.
하나고는 하나금융그룹의 학교법인인 하나학원이 2010년 서울 은평구에 설립했다. 시의회는 지난 4월 행정사무조사 특위를 꾸려 하나고 설립 인허가 및 학생모집 과정 등을 살펴보고 있다.
전수민 기자 suminism@kmib.co.kr
“하나고, 남학생 늘리려 성적 조작”… 서울시의회 출석 현직 교사 증언
입력 2015-08-28 0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