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만 변호사의 성경과 법] 계영배(戒盈杯)

입력 2015-08-29 00:37

최근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위기 속으로 들어가는 듯 긴장이 이어져 사람들의 마음을 졸이게 만들었다. 북한은 준전시체제로 들어갔고, 한·미 양국은 북한에 대한 억지전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합의점을 찾아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함으로 일단락됐다.

남북관계에 있어서 무력 도발로 인한 전쟁은 주변 일부 국가에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성장의 기회가 될지는 몰라도 우리는 수십년을 퇴보하는 역사적 대재앙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벼랑 끝 전술에 끌려 다닐 수만은 없기 때문에 대화에는 정교한 전략전술이 필요하다. 상대방이나 심지어 자신과의 대화에도 꼭 필요한 한계가 있는데 그것은 ‘모든 것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 것’이다.

무병장수의 비결이 소식(小食)이라면서 한 숟가락 더 먹고 싶을 때 수저를 놓는 인내심이 장수의 비결이라고 한다. 이러한 교훈을 가슴에 새기지 못함으로 많은 사람들이 범죄의 유혹에 빠져들게 되는 것이다. 인간은 유혹에 미혹되기 쉬운 존재이므로 경계하지 않으면 언제 어느 곳에서 범죄의 유혹에 현혹될지 모른다. 우리는 그동안 숱한 유명인사들이 망신을 당하며 교도소로 향하는 모습을 너무나 많이 보아 왔다.

조선시대의 상인 임상옥은 욕심을 스스로 경계하여 거부가 되었다는데, 특히 항상 하나의 잔을 옆에 두고 바라보면서 스스로를 경계하였다고 한다. 그는 가포집이라는 시집에서 “생아자 부모 성아자 일배(生我者 父母 成我者 一杯)” 즉, “나를 낳은 건 부모이지만 나를 이루게 한 건 하나의 잔이다”는 시구를 남겼다. 임상옥이 청나라에까지 알려진 조선 최고의 거부가 되게 한 하나의 잔은 전설의 잔인 계영배이다.

계영배는 고대 중국에서 만들어진 잔으로 제기용으로 만들어졌다. 계영배는 잔 밑에 구멍이 뚫려 있어서 잔에 물을 7부 정도 따르면 전혀 새지 않다가 물을 7부 이상 채우면 물잔 밑에 있는 구멍으로 새기 시작하는데 일단 한 번 새기 시작하면 잔에 있는 물이 모두 빠져 나간다.

계영배는 가득 채우면 넘치는 특성 때문에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는 상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공자도 계영배를 옆에 두고 보면서 과욕과 지나침을 경계하였다. 계영배의 제작법은 비밀이었으나 조선시대의 실학자 하백원이 계영배의 원리를 터득하였고 유명한 조선시대 도공 우명옥이 전설의 잔인 계영배를 만들었다.

우명옥은 설백자기를 만든 유명한 도공이지만 방탕한 생활로 벌어 놓은 모든 재산을 탕진한 뒤에야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정진하여 전설의 잔인 계영배를 만들게 되었다.

조선시대 후기 인삼무역으로 거부가 된 임상옥은 시인이며 천재적인 상술을 가진 상인이었다. 임상옥은 상인이면서 자신이 벌어들인 부를 굶주린 백성과 수재민 등을 구제하는 데 사용했다. 임상옥은 사농공상의 서열이 존재하던 조선시대 상인이지만 빈민구제의 공을 인정받아 곽산군수, 구성부사로 발탁되기도 하였다.

요한복음 13장 34절 “새 계명을 너희에게 주노니 서로 사랑하라 내가 너희를 사랑한 것 같이 너희도 서로 사랑하라”는 말씀처럼, 남북관계에서도 양측이 오직 나라와 민족을 위한다는 일념으로 계영배를 생각하며 회담에 임해보면 어떨까 싶다.

나라와 민족이 잘살기 위한 목적과 뜻이 잘 합쳐지면 우리나라는 임상옥이 거부를 이룬 것처럼 찬란한 경제대국과 문화대국을 함께 이룰 것이란 생각을 해 본다. 이재만(충신교회 안수집사·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