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박강월] 케냐 발 통신 (2)

입력 2015-08-29 00:33
‘무중구(외국인)는 돈이 많다. 그러니까 그들의 돈은 좀 뺏어도 괜찮다.’ 언니! 대부분의 케냐 원주민들이 외국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생각이야. 선교사에게는 더 심해서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니 주님의 사랑으로 우리에게 무조건 주어야 한다’는 것이 저들의 생각이지. 한 가정 5명의 아이를 후원하던 중 그들의 삼촌이 운영하는 진흙으로 지어진 다 허물어져가는 학교로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셨어. 학교를 재건축해 그 지역 아이들에게 좋은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하시려는 아버지의 마음이 내게 사명으로 다가온 거야.

한데 막상 학교 건축이 시작되니 선교사가 돈이 많아 무료로 학교를 지어준다고 생각한 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내게 돈을 요구하기 시작했어. 선교사는 복음을 전하기 위해 안정된 직장, 편안한 생활을 다 뒤로하고 이 먼 아프리카 땅 오지마을에서 순종의 땀을 흘리지만 저들이 보는 나는 그저 돈이었던 거야.

언니! 이 오지에서 사역을 시작한 건 처음부터 고난의 길이었지만 예전에 나를 삼키는 무서운 분노와 슬픔으로 길을 잃었을 때 오랫동안 나를 기다리고 기다리신 하나님의 눈물을 저들을 통해 알게 하신 것에 대해 나는 감사해. 그 눈물을 내 안에 두셔서 다른 이들의 아픔을 알게 하신 하나님께서 너는 저들의 친구가 되어주어라. 정죄하지 않는 좋은 친구가 되어주라고 말씀하시는 것 같아. 주님이 그리하셨듯이…. 세상 사람들은 정죄하고 조롱할지라도 주님은 저들 자신보다도 저들을 더 잘 아시는 주님이시며, 상한 갈대를 결코 꺾지 않으시며 캐묻지도 않으시는 사랑, 그 자체이심을. 언니, 저들이 속히 피차 상처만 주는 가시덤불 속에서 벗어나 주님의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알게 되기를 기도해줘. 저들이 아버지의 품안에 거하며 그 은혜를 나누며 살기를 기도 부탁해. 나의 오래 참음으로 저들이 그 크신 하나님의 사랑을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박강월(수필가·주부편지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