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교회에 지쳐서’ ‘교회가 싫어서’ 교회를 떠나고 있다. 일반 청년들 사이의 ‘헬조선’(지옥 한국) 정서처럼 기독청년 사이에 ‘헬처치(Hell Church)’ 정서가 번지는 것이다. 2005년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1995년 기독교인 10∼24세 중 약 60만명이 10년 새 교회를 떠났다. 한국갤럽은 올해 1월 보고서 ‘한국인의 종교’에서 20대 기독교 인구는 10년 전에 비해 5% 포인트 낮은 18%라고 발표했다. 한 선교단체 간사는 “기독 학생들은 자신이 크리스천이라는 것을 비밀로 하다가 드러나면 화를 내기도 한다. 위기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n포세대’(연애 결혼 출산 인간관계 주택 등 모든 것을 포기)가 된 그들의 영적인 고갈, 사회적 곤란, 문화적 혼란에 교회가 응답하지 않는다고 했다.
교회가 힙(Hip), 합(合)하지 않다
“나는 교회에 나가지 않는다.” 한 교단 신학대 4학년에 재학 중인 신학생 A(24)씨는 3년 동안 전도사로 일하다 지난해 말 사임했다. 그는 28일 “나도 모르게 점점 지쳐 왔던 것 같다. 일정 기간 아예 교회에 나가지 않고 쉬는 게 나을 것 같아 9개월째 교회에 나가지 않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도사가 되기 전부터 여느 ‘교회 오빠’처럼 열심히 교회 봉사를 해왔던 청년이다.
“교회가 대형화되면서 공동체로서 역할보다 일을 할 청년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청년들의 ‘헌신’을 강요하는 분위기다. 어느 세대나 다 힘들었겠지만 지금 20대는 등록금 마련으로 힘겹고, 무자비한 취업의 경쟁에 지쳐 있다. 청년들이 영적으로나 육체적으로 고갈될 수밖에 없다.”
A씨처럼 자신을 교회 공동체 구성원이 아니라 소모품처럼 느끼거나 공동체 내 갈등으로 아예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청년사역단체 청어람아카데미가 올해 4월 발표한 청년 사역자 설문조사에서 구성원이 공동체를 떠나게 된 요인에 대해 ‘공동체 내 갈등 혹은 실망’이라고 한 응답이 약 20%를 차지했다. 1위와 2위는 각각 취업과 이사, 나이와 같은 불가피한 이유였다.
목회자의 딸인 B(27·프리랜서 작가)씨는 대학 입학 후부터 7년여 동안 교회에 나가지 않았다. “부모님은 어린 시절부터 내가 하는 신앙적 질문에 ‘믿음으로 아멘해라’ ‘과학은 완전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만 반복했다. 특정 대선 후보를 지지하는 기독교의 맹목성도 이해할 수 없었다. ‘예수천국 불신지옥’ 구호로 대표되는 기독교의 배타성도 부끄러웠다.”
교회에 나가지 않기로 결심한 여러 계기들이다. 현재 20대인 청년들은 초등학교 시절부터 인터넷에서 양방향 소통을 하던 세대다. 권위적인 태도에 강한 반감을 갖는다. B씨는 “한마디로 교회가 청년들에게 힙(Hip·최신 유행을 따르는)하지도 않고 하나님 뜻에도 합(合)하지도 않아서 교회를 떠나는 것 같다. 나는 남자친구에게도 아버지가 목사라는 것을 먼저 밝히지 못했다”고 했다.
A씨도 비슷한 의견이다. “신학은 사회의 필요와 요구에 대한 응답으로 이어질 때 의미가 있는데, 교회가 17∼18세기 신학에 머물러 있다. 현실과 괴리가 크다.” 청어람아카데미의 같은 설문조사에서도 신앙에 대한 회의(6.15%)로 공동체를 떠난 사례가 있다.
교회가 청년들이 처한 사회·경제적 현실에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교회는 항상 출석하지만 현 교회 양태에 대해 비판적인 모태신앙인 C(27·회사원)씨는 “일단 고3 입시 후 청년부에 정착하는 인원 자체가 극소수이다. 대학 입학 후엔 아르바이트 등으로 주일 교회 출석을 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예배 후 헐레벌떡 아르바이트 하러 가는 심정을 목사님들이 아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목사님들은 이런 ‘88만원 세대’에 대해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고 했다.
예수님처럼 희망과 기쁨을 달라
20대는 신앙 여정에서 ‘결정적 시기(Critical periods)’이다. 미국 기독교리서치센터 바나그룹이 고령자 그룹인 90대를 대상으로 신앙의 변화를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청년기인 20대에 신앙의 변화를 경험했다. 데이비드 키드먼 바나그룹 대표는 저서 ‘청년들은 왜 교회를 떠나는가’에서 “20대에 내린 교육, 직업, 결혼 등의 결정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며 “다음세대를 위해 책임 있는 자세로 양육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회를 떠난 20대를 교회로 되돌아오게 하기 위해 교회는 노력해야 한다. 지금 교회 안에 있는 20대에 집중하자. A씨는 “교회가 소규모 공동체를 이뤄 청년들을 격려해주면 좋겠다. 또 목회자들의 끊임없는 자기 갱신이 필요한 것 같다. 교리와 관습에 매어 있으면 청년들과 소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언젠가 작은 기독교 공동체를 꾸릴 소망을 갖고 있다.
B씨는 올해 초 스스로 교회로 돌아왔다. “지난해 여름 우울증이 심해져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을 했다. 그런데 내가 ‘자살해서 지옥 가면 어떡하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라. 우습게도. 여러 신앙서적과 공부 모임을 통해 결국 새로운 ‘신앙의 눈’을 갖게 됐다. 교회가 공동체라는 개념을 받아들였다. 앞으로 예수 믿는 것이 힙(hip)할 수 있다는 것을 삶으로 증명하고 싶다”고 했다.
C씨는 현재 경기도 남양주 대한성공회 교회 산하 소모임 ‘나무’에 출석하고 있다. 그는 “교회가 생계 곤란에 부딪힌 청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그런 이유로 삶을 포기하지 않도록 위로하는 따뜻한 공동체가 됐으면 좋겠다. 결국 예수님이 그 시대에 행한 것들을 지금 우리의 삶과 연결지어 고민해보면 좋은 선교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라고 했다.
한국갤럽 조사에서 20대의 종교 관심도는 10년 전 45%였으나 2014년은 31%로 떨어졌다. 장근성 학원복음화협의회 총무는 “20대 청년의 삶 자체가 고달파지고 척박해지다보니 종교에 대한 관심도 자체가 현격히 낮아지고 있다”며 “명목상 기독교인은 선교적 운동성 감소와 기독교의 세속화를 부를 것”이라고 우려했다.
청년사역자들은 청년들의 삶의 문제에 응답하지 못하는 점(41%)을 교회 청년부 감소의 ‘제1원인’으로 꼽았다. 사역자들이 지난 1년 동안 상담한 청년들의 가장 큰 고민은 진로와 적성(51%)이었지만 교회 프로그램에는 성경공부와 기도모임이 주를 이룬다. 진로나 전공 관련 모임은 미비하다.
한국 교회는 청년들의 삶과 질문에 응답해야 한다. B씨는 “교회의 경쟁자는 교회보다 재미있거나 그들에게 위안이 되는 이 시대의 모든 것”이라며 “가정 학교 등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수록 교회의 역할은 더 커진다. 교회가 청년들에게 희망과 재미, 기쁨을 동시에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강주화 신상목 기자 rula@kmib.co.kr
[뉴스&이슈-청년들, 교회를 떠난다] “나 교회 나간다고 말하지 마”
입력 2015-08-29 00: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