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참석 결정으로 동북아시아 외교지형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미국의 최우방’ 정상이 미국과 세계 2강(G2) 대결을 벌이는 중국의 대표적인 군 관련 행사에 참석하는 모양새 자체가 초유의 일이기 때문이다. 국제사회는 박 대통령이 이번 행사에 참석하는 유일한 ‘서방국’ 정상이라는 점에도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근혜정부의 ‘중국 경도(傾倒)론’ 논란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지만 전승절 참석이 불가피하다는 반론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70년째 ‘친북 우방’인 중국이 남한 정상을 자신들의 최첨단 무기를 과시하는 열병식에 초청하는 유례없는 ‘예우’를 갖춘 반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불참에 대해선 별다른 반응조차 보이지 않고 있어서다. 박 대통령의 참석이 우리 정부에는 ‘위기’이기보다 되레 ‘기회’가 될 것이란 관측이다.
우리 정부는 대북 압박 포위망을 완성하려면 중국과의 긴밀한 공조가 필수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세계 전체에 가장 큰 골칫거리가 된 북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한·중 밀월’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의 반응도 의외로 나쁘지 않다. 미국 국무부는 “(각국 정상의) 이번 행사 참석은 각국 주권사항이다. 한국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논평한 바 있다.
실제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북한에 새로운 압박 효과를 낼 전망이다. 북한에서는 권력 서열 6위에 불과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석한다. 국가원수인 박 대통령과 함께 군 대표단까지 파견한 우리 측에 비하면 한참 ‘격’이 떨어진다. 중국에선 벌써부터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이 한·중 관계와 북·중 관계의 차이를 확실히 보여준 사건”이란 해석이 파다하다.
서보혁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교수는 27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김 제1비서에게는 박 대통령의 전승절 참석이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으로선 이번 행사의 풍경을 “중국이 남한과 더 가까워지려 한다”고 여길 개연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번 전승절을 계기로 북핵 해결을 위한 국제 공조는 더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이 문제를 집중 제기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 달 뒤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같은 의제를 다루게 된다.
한·중 밀월이 재확인된다면 양국의 ‘대일 과거사 공조’도 강화될 게 틀림없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중국과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가지며 중국 밀착에 나섰지만 이번 전승절 불참 결정으로 다시 원점으로 회귀할 여지가 다분하다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도 노광일 외교부 대변인 명의로 “(박 대통령의 이번 전승절 참석 결정은) 중국과의 우호협력을 고려하는 한편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감안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조성은 기자, 베이징=맹경환 특파원
[이슈분석] 韓, G2외교 ‘균형’… 北엔 압박 효과
입력 2015-08-28 0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