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風당당 알파걸… 입시·취업선 ‘보이지 않는 벽’에 눈물

입력 2015-08-28 02:12

올 초 간신히 중소기업에 입사한 A씨(25·여)는 지난해 번번이 취업에 실패했었다. 그는 최종 합격자 명단을 확인할 때마다 ‘성별 할당제’가 있는 건지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면접장에는 여자 지원자가 남자보다 더 많았지만 합격자는 대부분 남자로 채워지곤 해서다. A씨는 “최종 면접에서 남녀 비율이 5대 5였던 한 기업은 합격자 중 80%가 남자였다”며 “상사나 해운회사 등은 확실히 남자를 많이 뽑는 것 같아 애초에 포기하고 원서조차 넣지 않았다”고 말했다.

◇입사 이어 입시까지 ‘여성 제한’=입시나 취업 등 각종 시험에서 성적이 높은 여성이 눈에 보이지 않는 ‘남성 가점’ 때문에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는 뒷말은 공공연히 나돌았다. 심지어 고교 입시에서까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서울 하나고의 경우 남학생 수를 늘리려고 서류와 면접 성적을 조작했다는 교사의 증언이 나왔다. 합격선에 든 여학생 지원자를 떨어뜨린 뒤 성적 미달인 남학생 지원자에게 가점을 줘 그 자리를 채웠다고 한다.

지방의 한 자사고를 졸업한 김모(27)씨는 “내신이나 모의고사 상위권은 여학생이 독점하다시피 하는데 입학할 땐 남녀 비율이 똑같아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었다”고 말했다.

개별 기업의 입사 성적은 공개되지 않아 비교하기 어렵지만 수능 성적을 보면 남녀 성적차가 단적으로 드러난다. 27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14학년도 수능 표준점수 평균은 수학B를 제외하고 모든 영역에서 여학생이 남학생을 앞섰다. 1·2등급 비율은 국어와 영어 영역에서 여학생이 높았고, 수학 영역에서는 남학생이 높았다. 가장 낮은 등급인 8·9등급 비율은 모든 영역에서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많았다.

종로학원하늘교육 임성호 대표는 “통상 여학생들이 노트 필기를 꼼꼼히 해 내신 관리를 잘한다. 수능이 쉬워지면서 내신 성적이 좋은 여학생이 대입 성적도 좋다”고 분석했다. 이어 “4등급 이하 남학생은 ‘될 대로 되라’는 식이 상대적으로 많지만 여학생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며 “스포츠 같은 외부 요인에 여학생이 덜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영향을 준다고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밖까지 쫓아다니는 차별=입시에서 출발하는 남녀차별은 학교 밖으로 이어진다. 여성이 사회에 진출하는 비율은 남성에 비해 여전히 낮다. 지난달 기준 여성경제활동인구는 남성의 73% 수준에 불과하다. 취업시장에서 여성이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구직 사이트에서는 ‘병역을 마친 남자사원 모집’ 등 여성에게 지원 기회를 아예 주지 않거나 직종별로 남녀를 분리해 모집하는 사례를 자주 볼 수 있다. 모두 남녀고용평등법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한 대형 병원 인사팀 관계자는 “조직 특성상 남성 중심의 수직적 관계로 업무 분위기가 형성된다”며 “임원들 사이에서 남성이 더 헌신적으로 일하고 회사에 충성심이 높다는 인식이 많다”고 했다. 식품업체 인사팀 관계자는 “인사팀에서 여성을 차별하거나 하지는 않지만 신입사원을 받는 팀장들이 남성을 선호하기 때문에 여직원을 뽑아도 반기지 않는 게 사실”이라며 “임신이나 출산 때문에 여직원이 갈 수 있는 부서가 제한적이라 인사팀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하게 된다”고 전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여성이 일과 가정을 동시에 챙기다 보면 일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편견 때문에 고용 차별이 지속되고 있다”며 “사회 진입 단계에서는 성별에 따른 차별이 없도록 공정을 기하고, 유지 단계에서는 가정과 양립할 수 있게 기업과 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