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한국교회, 화해·협력의 물꼬를 트자] “사람의 통일, 교회가 감당해야”

입력 2015-08-28 00:03
한국교회 목회자들은 교회가 평화적 통일을 위해 화해자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말한다. 위 사진은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이튿날의 모습. 강원도 철원군 6사단 DMZ 철책에서 육군 장병들이 경계순찰근무를 하고 있다. 국민일보DB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은 민족의 공존과 상생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사안이다. 분단 70년의 아픔을 겨레와 함께해 온 한국교회에 맡겨진 선교적 사명이기도 하다.

◇남북한 통일 후 예상되는 후유증들=통일 후유증을 겪었던 독일 사례에서 배울 수 있듯이 통일의 본질은 ‘땅의 통일’이 아니라 ‘사람의 통일’이다. 정치·경제·사회·제도적 통일도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는 남북 주민들의 화합이 최우선 가치가 돼야 한다.

1970년부터 90년까지 동·서독 정상은 7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주민들은 서신교환, 전화통화, 상호 방문을 했으며, 도시·교회 간 자매결연, 문화·스포츠 교류 등으로 인적 왕래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통일 후 적잖은 문제점이 발생했다. 서독 주민들은 과중한 통일비용 부담에 불만을 가졌고 동독 주민은 새로운 체제 적응이 쉽지 않았다. 동독 주민들은 서독 주민을 ‘베시스(Wessis·서쪽 것들)’라고 비판했고 서독 주민은 동독 주민을 ‘오시스(Ossis·동쪽 것들)’로 폄하했다.

한국사회도 지금 겪고 있는 계층, 지역, 세대갈등이 통일 후 더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체주의와 무신론, 자아비판을 강조하는 사회주의에 익숙한 북한 주민과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 속에서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남한 주민은 사고·말·행동·습관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통일 후 정치·경제적 혼란, 정체성 상실 등으로 생긴 공백에 남북·지역 간 갈등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조성돈 실천신학대 교수는 “남한에 정착하면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는 탈북민처럼 통일 후 북한 주민들도 기존의 가치체계와 규범들이 순식간에 무너지는 아노미 현상을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새로운 체체에 편입되지 못할 때 느끼는 단절감이 남한 주민들의 기대치와 충돌할 때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독일 통일을 반면교사로 삼아 조금 늦더라도 철저한 준비를 거쳐 ‘사람의 통일’을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통일한국 시대, 교회 화해의 메신저가 돼야=한국교회는 이 같은 상황에서 ‘화해의 주체는 하나님’이라는 원칙을 부여잡고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화해자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정부, 기업집단, 시민단체 등과 함께 통일을 위한 복잡다단한 가치통합의 과정을 수행하는 ‘통일 거버넌스(Governance)’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용서와 관용이라는 사회적 가치가 뿌리내리도록 적극 협력해야할 책임도 있다.

대화문화아카데미 이사장 박종화(경동교회) 목사는 “‘남북 8·25합의문’은 남북 관계에서 전쟁과 같은 폭력적 방법으론 갈등을 결코 해소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면서 “결국 해법은 평화적 방법뿐이며, 남북의 평화 공존을 위해 남한이 북한의 생존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목사는 “2013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에서 북한의 식량권 침해, 수용소 인권 침해, 고문과 비인간적 대우, 표현의 자유 침해 등 9가지 인권영역을 조사했다”면서 “한국교회는 정치적 인권은 물론 빵이라는 식량권까지 포함하는 9가지 인권영역에서 북한 주민을 도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한국교회는 지금부터 통일 이후를 내다보며 남북 주민의 정서·가치관 통합을 위한 선행연구를 진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상근 연세대 교수도 “한국교회는 북이스라엘과 남유다를 하나 되게 하신 하나님의 역사를 통해 민족을 하나로 묶는 통일의 중심적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면서 “통일이 되면 사회의 분열과 빈곤의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으므로 교회는 기독교 본연의 자세에서 북한 주민이라는 ‘나그네’를 환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