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정권 군법회의에서 이적죄로 사형이 선고돼 총살당한 독립운동가 고(故) 최능진(사진)씨가 64년7개월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최씨는 고(故)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최만립(81) 대한체육회 원로고문의 부친이다.
1898년 평안남도에서 태어난 최씨는 일제강점기에 도산 안창호 선생이 창립한 흥사단에서 활동했다. 광복 이후 미군정 경무부 수사국장으로 발탁된 그는 ‘친일경찰 청산’을 주장하다 간부직에서 해임되기도 했다.
최씨는 1948년 5월 제헌의회 선거에서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출마한 서울 동대문 갑구에 입후보했다. 선거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정적’으로 부각됐고, 이승만 정권의 눈 밖에 났다. 정부 수립 후 한 달여 만에 ‘쿠데타를 일으키려 했다’는 죄목으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수감 중 한국전쟁이 발발해 풀려난 최씨는 피란길에 오르지 않고 정전·평화운동에 앞장섰다. 이 때문에 이승만 정권에 의해 친북 활동가로 몰려 당시 육군본부 중앙고등군법회의에 회부됐다. 1951년 1월 군법회의는 “최씨의 활동이 이적죄(국방경비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사형을 선고했고 한 달 뒤 총살형이 집행됐다.
최씨의 3남 만립씨는 2006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 진실규명을 요청했다.
과거사위는 2009년 “최씨가 이승만 정권에 맞선 뒤 헌법에 설치근거도 없고 법관 자격도 없으며 재판권도 없는 군법회의에서 사실관계가 오인된 판결로 부당하게 총살당했다”며 재심 수용을 권고했다.
법원은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 최창영 부장판사는 27일 “이번 판결이 고인의 인격적 불명예를 회복하고 과거사를 바로잡는 위안의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독립운동가 故 최능진씨 64년만에 무죄 판결
입력 2015-08-28 0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