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건 ‘甲門’… 학교체육시설 무료개방 겉돈다

입력 2015-08-28 02:45

정부와 지자체들이 생활체육 활성화를 명목으로 초중고교 체육시설을 무료개방하겠다고 앞다퉈 선언했지만 일선 학교들의 비협조로 겉돌고 있다. 무료개방시 혜택은 별로 없이 관리업무만 번거로워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27일 전국 시·도 교육청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방과 후나 휴일에 실내체육관 등 학교 체육시설을 활용해 생활체육의 저변을 넓히기 위한 각종 지원사업을 하고 있다.

문체부는 올 들어 처음으로 51억원을 들여 체육관을 보유한 전국 초중학교 9060곳 중 200곳을 공모해 시군구 생활체육회와 연간 사용계약을 맺도록 했다. 야간에 주민들이 배드민턴이나 배구 종목 등을 즐기도록 하자는 취지다.

선정된 학교는 5월부터 12월까지 매달 최소 96시간 이상 개방조건으로 체육시설 관리자 인건비와 개보수 비용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국민생활체육회에 위탁한 문체부 지원사업은 아직 참여 학교 공모절차도 매듭짓지 못하는 등 지지부진하다. 안전관리 인력고용과 관련 업무 증가 등 학교측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학교장이 재량권을 가진 학교 체육시설 개방 및 사용 방식도 시·도별로 천차만별이다.

우선 사용료나 다름없이 반강제적 기부를 받는 곳이 적지 않다. 광주시교육청은 그동안 실비수준으로 받아온 체육시설 임대비 관행을 없애기 위해 ‘광주시 교육비특별회계 소관 공유재산 관리조례’를 개정했다. 그러나 생활체육회나 동호회는 학교 체육시설을 이용하는 조건으로 매년 학교 측에 장학금 명목의 기부를 반복하는 실정이다.

모 배드민턴 동호회 회장 최모(50)씨는 “무료 개방이라고 하는데 체육관 개방여부와 시간대는 학교장 재량이어서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종전 체육시설 이용료 수준의 장학금을 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과 대구 등의 사정도 비슷하다. 인천지역에서는 실내 또는 강당겸용 체육관을 보유한 전체 초중고 365곳 중 189곳만 주민들에게 시설을 개방하고 있다. 시와 교육청은 학생들이 체육관을 사용하지 않는 시간대의 시설개방을 유도하고 있지만 일선 학교는 안전사고와 시설훼손을 이유로 이를 꺼리는 상황이다.

대구·경북지역에서는 전체 체육관 보유학교 319곳과 353곳 중 262곳과 274곳이 참여하고 있지만 개방시간이 제한되는 등 학교 측의 소극적 자세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인조·천연 잔디운동장을 가진 학교의 경우 국민체육진흥법 등에 따라 시설 개방이 규정돼 있으나 개방률은 저조하다. 경북도내 일선 학교 중 1년 단위 계약을 통해 인조·천연 잔디 운동장을 개방하는 학교는 20%도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일선 학교 관계자는 “운동부가 있거나 강당겸용 체육관이 본관·기숙사와 연결돼 시설개방이 어려운 곳도 꽤 있다”며 “체육관을 빌려주면 전기시설과 쓰레기 등의 뒷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사례도 많다”고 말했다.

광주=장선욱 기자 전국종합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