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부 주요 장관들이 내년 총선과 관련해 대단히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우리 민주주의 역사에서 아픈 기억들이 있기 때문에 매우 민감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고위 공직자들이 엄중한 인식 없이 공개 자리에서 선거 관련 발언을 거리낌 없이 했다는 것은 민주주의 근간인 공직자 선거 중립에 대한 그들의 낮은 수준을 드러낸 것이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25일 새누리당 연찬회에서 만찬 건배사를 제의받고 “제가 ‘총선’이라고 외치면 의원님들은 ‘필승’이라고 외쳐 달라”고 했다. 다른 장관이 그랬다고 해도 비판받을 터인데 하물며 선거 관리 주무 장관이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을 양식 있는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을까. ‘잔칫집 덕담’이라고 눙치려는 행자부 관계자의 변명이나 ‘새누리당이라고 표현하지 않았다’는 당 대변인의 반박은 더 이상 할 말을 없게 만들 정도다. 파문이 세게 일자 당 지도부가 잘못된 발언이라고 한 발 물러섰지만, 그냥 뭉개고 지나갈 사안이 아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도 의원들에게 ‘하반기 경제동향 보고’ 자리에서 “내년에는 잠재성장률 수준인 3% 중반 정도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서 여러 가지 당의 총선 일정 등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 나라의 경제 정책을 여당의 총선에 일조하게끔 만들겠다는 뜻이다. 아무리 의원을 겸직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경제 정책을 책임지고 수립·집행하는 부총리가 내년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민감한 시기에 이런 식으로 언급한다면 총선용 예산이라고 비판받지 않겠는가. 지금의 새누리당은 2004년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총선에서 열린우리당 압도적 지지 기대’ 발언을 문제삼아 탄핵까지 밀어붙였었다.
두 장관은 대한민국의 공무원 조직과 예산을 책임지고 있는 핵심 장관이다. 이들의 의지에 따라 정책의 무게중심이 달라지고,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 또한 지대하다. 그런 장관들이 정치적 편향성을 띠면서 경박스럽게 총선 운운하는 것은 정부의 신뢰를 갉아먹는 일이다. 최고위급 정무직 공무원의 정무적 감각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데 대해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최 부총리는 출마할 것이고, 정 장관도 출마할 생각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장관과 (예비)정치인으로서의 언행은 구별할 줄 알아야 한다. 야권에서 불신임을 표하며 선거 중립 내각을 구성하라는 주장이 나오면 뭐라고 반박하겠는가.
두 장관은 마땅히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 두 사람의 발언은 정부의 선거 중립 의지를 해치는 결과를 낳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당은 이런 언행에 대해 경고하고 공직자들이 선거 중립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는 짓을 하면 엄중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밝혀야 한다.
[사설] 총선 승리 외친 정 장관에 최 부총리 발언은 또 뭔가
입력 2015-08-28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