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플러스.”
임기 반환점을 지난 박근혜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이 내놓은 평균 점수다.
국민일보 설문에 응한 32명의 경제학과 교수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중 절반 이상(17명)은 “잘한 것도 있고 못한 것도 있다”며 평균인 B학점을 줬다. “결실이 없었다”며 낙제점인 C학점을 준 전문가도 12명이나 됐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세월호 사고 등 악재가 많았음에도 경착륙하지 않았다는 점은 인정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했고 부동산과 주식 시장 부양에 나섰다.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통한 체질 개선에도 나섰다. 그러나 일자리 창출 등 실질적인 효과는 나오지 않았고 경제민주화와 복지 정책은 소리 없이 사라졌다. 추경에도 성장률 전망치는 하락했고 고용의 질도 악화됐다.
◇지난 2년6개월, 방향은 맞았지만=경제전문가들은 박근혜정부의 전반기 경제 정책에 대해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다. 정책 방향을 제대로 잡았음에도 추진력 있게 나아가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일본과 중국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이 재정지출 확대로 경기 부양에 나섰다”면서 “그런데 우리는 재정지출의 균형만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도 “한국 경제 상황이 안 좋은데도 기존의 성장 위주 정책을 이어가려고 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긍정적인 평가도 있었다. 중소기업연구원의 노민선 연구위원은 “중소기업만 볼 때는 A학점을 주고 싶다”면서 “다른 정부에 비해 중소기업을 우선순위에 뒀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타이밍을 놓친 데 아쉬움을 전한 전문가도 있었다. 경제 사정이 좋았던 정권 초기에 경제민주화 등을 강하게 밀어붙였다면 메르스나 세월호 사고 등 위기 상황 때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얘기다.
◇남은 2년6개월, 과제는 산적한데 시간은 없다=19명의 경제 전문가는 후반기 해결해야 할 첫 경제 과제(복수응답)로 일자리 창출을 꼽았다.
LG경제연구원 이근태 수석연구위원은 “어느 나라든지 경제 활성화의 시작은 노동개혁이었다. 일자리만 만들어진다면 경제 성장은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일자리를 만들면 소득과 소비·생산이 늘어 경제가 성장하고 다시 일자리가 늘어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생각이다.
노석재 한림대 경제학과 교수는 “성장 잠재력을 제고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경제 성장도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4대 구조개혁과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이 대체로 긍정적 시선을 보냈다. 경제 성장률이 2, 3%대인 상황에서 단기 부양책보다는 장기적 안목으로 구조를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성진 교수는 “보통 경제가 1% 성장하면 6만명의 일자리가 생기는데 올해 3% 성장한다고 해도 20만명의 일자리만 생길 뿐”이라며 “과거 6∼7% 고성장할 때는 신규 노동력을 흡수할 수 있었지만 저성장 기조에선 일자리를 나눠 가질 수밖에 없다. 이는 노동개혁을 통해 이뤄져야 할 일”이라고 설명했다.
뜬구름 잡기식 발표라는 지적도 나왔다. 한국경제학회 사무국장인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단기적인 경기 부양이 실패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한 장기 과제를 집중 홍보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에 바란다=정부가 남은 시간 제대로 경제 정책을 실행하려면 국민들과 소통을 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목소리였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디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장기적인 경기 침체에 돌입한 상황인데도 정책 담당자들은 여전히 디플레가 아니라고 한다”고 지적했고 강성진 교수도 “앞으로 닥칠 문제에 대해 없다고만 하지 말고 솔직하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도 “구조개혁의 경우 장기 계획이지만 단기적으로도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충고했다.
한국형 잘츠바덴 협약을 제안한 전문가의 조언도 눈길을 끌었다. 1938년 스웨덴의 노동단체와 재계, 정치계가 계급적 대타협을 이룬 것이 잘츠바덴 협약이다. 당시 사민당 정권은 발렌베리 가문의 기업지배권을 인정해 줬고 대신 발렌베리 가문은 소득의 최고 85%를 세금으로 내기로 했다. 노·사·정이 충분한 대화로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협의를 이끌어냈다는 것이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는 노동자, 기업, 국민들과 대화를 통해 안정된 정책을 운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종=서윤경 기자 y27k@kmib.co.kr
[박근혜정부 반환점] ‘일자리 창출→경제 성장→일자리’ 선순환 절실
입력 2015-08-28 02:36